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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솔현 Oct 24. 2024

설날

“까치까치 설날은 오늘 이래요~”


벌써 진정한 새해가 시작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설날이 2개다. 신정과 구정. 음력 설날인 구정이 진정한 한 해의 시작을 알려준다. 1월 1일 신정이 연도 바꾸는 정도라면 구정은 추석과 함께 민족 대 명절이다. 고향으로 이동한다고 교통정체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KTX나 SRT의 좌석표를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간다. 이러면서 정보의 간극도 있다고 언론들은 밝힌다. 좌석은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앉아가고 온라인에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은 서서가는 좀 민망한 상황이 연출된다고 말이다. 다행히 내 부모님은 스마트폰을 잘 쓰시기에 걱정이 되지 않는다.


나는 고향을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관계로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힘든 교통정체도 TV에서나 보며 전을 부친다. 매년 똑 같은 모습으로 설날을 맞이한다.


1년에 1번 설날에 만두를 빚는다. 남들은 사 먹는 다지만 우린 고기만두로 알차게 속재료를 만들어서 만두피도 손수 만들어서 빚어서 한 일주일은 먹는다. 올해는 어머니가 만두속을 잘 만드셔서 만두피까지 만들기가 힘들다고 피는 사서 하자고 하셨다. 그래서 마트에서 만두피를 사다가 하니 편하면서 식감도 좋았다. 매번 먹으려 할 때마다 만두를 빚는 데, 빚는 사람으로써 번거롭다. 하지만 같이 먹어주는 가족이 맛나게 먹어주고 투정 부리지 않으니 좋다. 당분간 반찬걱정도 덜고 말이다.


나에게 설날은 그저 휴일이다. 근데 여느 휴일과 달리 설날연휴가 시작되기 2일전부터 부담이 된다. 전 부치고, 산적 재어놓고, 만두 빚어서 차례상을 차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다른 집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지는 않기에 간소하게 한다지만 그래도 부담스럽다. 올해 설날 차례를 초스피드로 지내고 차례음식 먹으며 마음의 무게짐이 내려져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지간히 부담스러웠나 보다. 


여자들에게 명절은 고된 노동이 있을 뿐이다. 명절 음식을 여자들만 만들어야 하는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은 달랑 두여자만 차례음식을 만들고 남자들은 TV 보면서 띵가띵가다. 남자들이 일을 잘 못해서 엄마가 시키질 않는다. 잘하든 못하든 시켜서 가르쳐 손 좀 덜어야 하는 거 아닌지! 우리나라 특징은 일을 못하면 그냥 일잘러에게 다 미뤄버린다는 나쁜 관습이 있다. 일 잘하면 모든 일을 다 하니 정말 봉변을 맞는 거지. 그래서 시댁에 가면 여자들은 일을 못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게 하지는 실제 못하겠지만. 일 잘하는 사람은 어딜가도 티가 난다. 내가 그만큼 일을 잘 한다는 게 아니라, 잘 못하는 데도 시킨다는 거지.ㅎㅎㅎㅎ


엄마는 자신은 그나마 복이 있다고 하신다. 시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간섭을 받은 적이 없어 고부갈등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벌써 엄마 연세가 68세가 되셨다. 지금도 동갑내기 중에 시부모를 모시는 분들이 꽤 된다고 하셨다. 그네들의 고민을 듣다보면 자신은 복받았다고 생각하신 단다. 긍정적이시다.


나는 설날에도 평소처럼 운동하고 글쓰고 공부하며 보낸다. 특별히 친척이 오는 게 아니기에 편하게 보내지만 한 편으로는 심심하다. 평생 심심하게 연휴를 보냈는데 갑자기 친척이 들이닥치면 참 난감하고 화도 날 거 같다. 내가 휴일에 할 일들을 못하고 방해를 받을 수 있으니까. 손님대접을 해야 하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로 와서 싫다. 사람 만남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은 데 난 싫은 건지? 너무 사람 만남이 적은 탓일까?


이제 작심3일이 된 신년 계획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글쓰기 공부도 하고, 그림 공부도 하고, 자격증 공부도 하면서 바쁘게 보낼 거다. 지금 잘 지켜지고 있긴하다. 하루가 정말 빨리 지나가버린다. 엉덩이를 하루 종일 의자에 붙여서 살이 뒤룩뒤룩 찔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한다. 설날이 올해 진정한 2024년이 시작 하는 게 아닌가! 동남아나 중국도 1월1일보다는 음력설을 진정한 한 해의 시작으로 치고 나름대로 신년을 대하는 자세가 우리나라와 닮았을 거다. 아시아는 큰 대명절이기에.


설날은 추석보다 많은 상점들이 문들 닫고 고향으로 향하는 거 같다. 근데 올해 교통정체는 심하지 않았나 보다. 아니면 내가 방송을 듣지 않았다 거나. 오는 사람이 없으니 교통정보를 소홀히 듣는 경향이 생겼다. 남들은 교통정체에도 고향에 있을 부모님과 친구들 만날 생각에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내가 잘 보는 인터넷 카페에서 고향 내려간다,올라왔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업로드 되어 읽으며 글쓴이의 감정도 느낄 수 있어 간접경험하게 된다.


이제 4일의 연휴가 끝났다. 이제 일상으로, 보통으로 돌아가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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