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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오리엔테이션(2)

by 김솔현

OT 온지 둘째날이 되었다.

부스스 잠에서 깼다. 다른 동기들은 잠을 자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그들의 사이를 지나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한 번 아침 바다를 보고 싶은 생각 에서였다. 오늘 새벽까지의 북적이고 논 흔적이 여기저기 남았다. 드르렁드르렁.

남자들만 자는 방에서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들 깨지 않게 계단을 내려 가 현관을 지나 바로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았다.

“와~~~~ 중학교 이후로 본 적이 없는 데. 바람이 거세네. 추워.”

순간 나는 몸을 순간 추위에 움추렸다. 당연히 2월달이니까 추운 건 당연하다. 봄이 와도 꽃샘추위가 3월 하순까지 이어지지 않나!

“정말 춥다…. 그치?”

나 혼자 나왔는데 뒤에서 둘이서 소곤 되는 목소리가 들렸다.

뒤에 또다른 신입생 둘이 팔짱을 끼고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무시하기로 했다.

파도는 거센 바람에 호응해서 거칠게 물결쳤다. 방파제에 부딪히는 ‘쫘악’하는 소리가 천둥처럼 느껴질 정도로 날씨가 썩 좋지 않았다.

“어? 넌 혼자 나왔어? 난 둘이서 나왔는데.”

둘 중의 한 명이 나에게 말을 건다.

“응, 다들 깊이 잠에 빠져 있어서 깨우기가 그랬어. 너희는 약속이라도 한 거야?”

“아니, 그냥 우연히 같이 깨서 바다 보러 가자고 해 갖고 같이 나왔어.”

둘 중에 말 건 여학생 말고 잠자코 듣고 있던 다른 여학생이 대꾸했다.

나는 생각했다. 억양이 좀 강하다고. 그래서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잠깐 만나는 건데 물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 입을 다물었다.

셋은 방파제를 두들기는 파도를 보며 살갗을 에우는 추위도 잊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 거기 여학생이냐? 남학생이냐? 어찌 되었건 들어와. 이제 다들 깼으니 다음 프로그램을 해야지!”

이 목소리에 셋은 뒤돌아서 각자의 숙소로 향했다.


다음 프로그램은 밖으로 나가게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고 한다. 방장의 말에 6명은 주섬주섬 갖고 옷을 하나 씩 껴 입어서 두툼하게 입었다.

다들 겨울 바다를 보러 간다고 한다. 그러면서 거기서 먼저 제대로 신입생과 재학생들이 왔는지 확인하고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때,

갑자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환호성 소리라기 보단 놀란 고함소리였다. 남학생들이 일부 남학생이나 여학생을 바닷물에 발부터 젖셔주고 빠트렸다. 무료한 김에 구경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다음 목표물이 내가 된 줄이야!

갑자기 나를 낚아채더니 -나는 여러 여학생 무리 속에 있었다.- 바닷물을 젖시고 -전에 연대생 중 그냥 바닷물에 빠트렸다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었단 소식이 있었다.- 빠트렸다.

너무 순식간의 일어난 일이라 너무 놀랐고, 나를 안달하며 못 가게 안 막은 여학생들에게 원망도 갔다.

‘원래 내 주변에 여자들은 다 그렇지 뭐. 어릴 때부터 이랬잖아.’

라며 나를 달랬다. 이 방법으로 밖에는 내 화를 누그러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웃으면서 괜찮냐 고만 말했다. 그렇다 하고 젖은 옷을 나름대로 재주껏 짰다. 이 말 밖에 더 무엇을 말하겠는가! 남자학생들도 다가와서 미안하다고 갑자기 말해서 얼떨떨했다. 미안하면 이 행동을 하지 말아야지~ 내가 울상을 하고 있어서였나 보다. 아니, 난 화가 나 있었다. 나와 함께 있던 여신입생들에게.

“자, 이제 겨울 바다를 실컷 봤으니 추우니까 숙소에 가서 쉽시다. 추위에 떨었으니 한 숨 자는 것도 나쁘지 만은 않아요?”

이 OT를 이끄는 재학생 중 대표가 말했다.

졸래졸래 시키는 대로 숙소로, 콘도로 돌아온 나는 샤워하고 옷부터 갈아 입었다. 바닷물의 소금기가 있었다.

‘아, 한 지 얼마 안된 폰이 바닷물에 녹았겠네.’

이 때 2000년은 첫 2g폰이 생산된 해 였다. 첫 막대폰은 쉽게 망가져서 같은 기종의 폰을 새로 했는데 얼마 안가 바닷물에 빠져 기기가 엉망이 된 거다.

‘이거 엄마에게 어떻게 말해서 폰을 얻는담?’

나는 속으로 중얼거릴 수 밖에 없었다. 난감했다.

“자 다 씻었음 모여서 게임 한 판 할까?”

방장이 제안했다. 그래서 6명은 방장을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아서 무엇을 제안하는 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서로 하루가 지났는데 어색해하니 ‘007빵’을 하자.”

그래서 서로 소통을 할 수 있게 게임을 2가지를 했는데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더 노곤해져서 이불을 펴고 낮잠을 자자고 누군가가 말해서 대강 이불을 펴고 낮잠을 청했다.


그날 저녁, 다들 중국학과에 배정된 신입생들을 모여 놓고 각 학과의 특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중국어노래를 배웠다. <등소평의 첨밀밀>을 중국어로 모르니 한글로 써서 위에 외워서 장기자랑 시간에 하자고 다른 조의 신입생이 제안했고, 두번째 장기 자랑에서는 모토를 주제 삼아서 연극을 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그래서 거기에 따라 <첨밀밀>를 외우고 연극을 만들기 시작했다. 근데 너무 학생회의 말을 들었다.

각 학과마다 장기자랑 하는 데 구호를 외치는 선동연극?이 되었다. 다른 학과들은 재미있게 차력쇼를 보여 가며 즐겁게 분위기를 연출했는 데 말이다. 그래서 러시아학과 소속의 조가 우수상을 받고 장기자랑 시간은 끝이 났다. 그 와 함께 OT도 마무리되어 갔다.


마지막 3일 날, 잠에서 깨니 오전 9시였다. 아무도 깨지 않았다. 난 역시 잠자리를 가린다니까. 씻고 화장이라는 걸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깰 동안 멍하니 창문 밖을 쳐다 보았다. 날씨는 화창했다. 아, 어제 바다 보러 갔을 때 이렇게 화창해야지~ 끝날 때 이러나.

그리고 다른 학생들도 일어나서 자신의 짐을 챙겼다. 나도 챙겼다. 그 동안 같이 지내면서 신입생들과 안면을 텄다. 이제 스스럼 없이 말하게 되었는 데 3월 3일 입학식까지 잠시 이별이다. 다시 같은 과에서 만날 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근데 이게 3학과 120명이 지역학군이라는 학부제로 묶여서 ㄱ,ㄴ,ㄷ,순으로 신입생을 분산 시킨 걸 잠시 잊었다. 00학년부터 시행한 거다. 나 혼자서 이걸 깨닫고 잠시 놀라워했다. 나를 보고 왜 놀라워하냐 해서 아무것도 아니다고 얼버부렸다. 아, 3년동안 수능을 위해 엉덩이 짓무르도록 앉아 있었는 데 1학년부터 또 공부에 매진을 해야 하는 건가. 난 1학년 때는 보상심리로다 논다는 건데~

어쨌든 다 졸업하고 난 후, 난 지역학군에서 피 본 졸업생이 되었다. 결국엔 1학년 때 계획대로 놀아서 잘 알지 못하는 러시아학과에 2학년 때 배정을 받아 사회복지학과와 복수전공을 해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 당연히 복수전공이니 졸업논문을 내어 통과(합격)을 하고 졸업시험도 합격을 해서 학위를 받았다.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 한 건 잘한 거 같다. 다행히 OT 때 들은 학교 생활에 대한 조언들이 학점 관리에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2박3일간의 오리엔테이션 일정을 마치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강릉이 집인 신입생과 재학생들은 그냥 그 자리에서 집으로 향하고 다들 버스를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나는 춘천에서 다시 원주로 집으로 왔다. 내가 오는 시간에 맞춰서 원주에서 부모님이 와 계셔서 같이 가게 되었다. 이 때 난 시외버스 타는 법을 몰랐다. 아니,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했던 대학 신입생이 였다.


입학식은 보름 후인 3월 3일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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