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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대학생활의 시작

by 김솔현

대학 입학식이 왔다. 나는 멜빵바지에 속은 맨투맨티에 헐렁한 점퍼를 입고 학교에 갔다. 가지각색의 개성 껏 멋을 부린 신입생들은 다 강당에 모여서 간단한 입학식을 하고 각 학과 방에 모이라는 말에 한 무리 신입생 사이에 껴서 나는 OT때 배정받은 ‘중국학과’에 입실했다. 거기엔 재학생과 신입생이 뒤 섞여 있었다. 이날 …. 3월 3일은 내 생일이기도 했다.

언제나 내 생일은 다 ‘시작’을 의미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생일 잔치를 하지를 못했다. 새 학기라 정신없으니까. 배려를 참 많이 해서 정작 내 생일잔치는 뒷 전이였다.

이 날도 대학 입학날은 조금은 쓸쓸했다.

‘아무도 내 생일인 거 모르겠지. 그러면 3월 3일에 태어난 모든 아기들은 나처럼 생일을 제대로 못 찾아 먹는 거 아닌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자기 합리화를 하니 쓸쓸함이 조금은 가셨다.

“어? 왠지 낯이 있네? 우리 OT 때 만났지?”

“낯은 익은 데…… 누군지.”

같이 모여 있던 신입생들이 서로를 알아보며 ‘어?어!’하며 OT때 만난 동기들을 기억해 내려 노력했다. 그 중 한 여학생은 끼지 못하고 그냥 미소만 짓고 듣고 있었다. 그러나 난 쑥스러움이 많고 낯을 가려서 OT때 만났었도 쉽게 인사를 하지 못했다.

‘나도 참….. 오리엔테이션 가서 버스 기다릴 때 내 뒤의 학생에 말 건게 대단하네. 기가 죽는군.’

서로 인사하고 수강신청도 어떻게 했는지 떠들다 서로의 생일을 물었다.

“어? 나?? 오늘이…… 생일이야.”

“무어~ 축하해!! 근데 줄게 간식 이런 거 밖에 없네.”

내 옆에 있던 나랑 이름이 달랑 “ㅎ”하나로 갈린 여학생이 자신이 갖고 있던 음료를 건넸다. 순간 울컥해서 울 뻔했다. 이 모습을 보고 다른 학생들도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이 때 나홀로 아무말도 못하고 미소를 짓던 여학생이 말을 걸으며 무리에 끼었다.

“정말 축하해! 근데 서로 아는 거 보니 어디서 다들 만났나봐? 난 다 처음 보는 데.”

여학생이 말했다.

“응, OT때 만난 동기들이야. 너도 같은 학번인가봐. 왜 OT때 안왔어?”

“꼭 가야 하는 건지 몰랐어. 지금부터 알아가면 되지 안그래?”

밝고 명랑한 목소리를 대화를 이어 갔다. 한 편으로는 나는 다른 동기들과 재학생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고 있었다. 대단한 경사가 난 것처럼 호들갑까지 떨어주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왜 울 뻔했는지 신기하다. 그 만큼 사람들의 축하를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일 것이다. 또 내가 사람 앞에서 우는 법이 없어서 눈물은 핑 돌았으나 울지 않았다. 그건 잘 한 거 다. 어떤 재학생이 울고 싶음 울어라 했지만 울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수강한 강의실을 찾는 법도 알려줘서 첫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을 찾으러 나갔다. 그래서 나랑 다른 3명의 학생이 같은 방향으로 복도를 걷게 되었
다. 알고 보니…… 다 중국어수업을 듣는단다. 같이 강의실을 입실 했다. 한 100명의 학생이 수강 신청을 했는지 강의실이 엄청 컸다. 그래서 같이 입실한 나를 제외한 3명과 중간에서 앞에 치우친 자리에 의자와 책상이 연결된 의자에 앉았다. 유달리 책상이 좁아서 좀 불편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한 명, 두 명씩 다른 동기 학생들도 자리에 착석을 했다. 그렇게 100명의 학생들이 텅 빈 공간을 채웠다. 그 후 교수님이라는 키가 작고 나이 든 중년이 남색 조끼에 네이비 셔츠에 넥타이를 가지런히 맨 모습으로 강의실에 들어왔다.

‘나이가 좀 들었네. 최근의 중국어를 가르칠 수 있으려나.’

나는 생각했다.

“다 들어왔죠? 그럼 내 소개를 할 게요. 나는 왕소명이라고 합니다. 중국어로 이렇게 써요.(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쓴다.)그래서 이걸 중국어로 왕샤오밍이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중국어 회화라는 수업을 듣기……”

교수님의 자기 소개와 수업소개, 방법 설명이 길어졌다. 나는 몸이 점점 배배 꼬아 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 뿐만 아니라 하품하는 학생도 나왔다.

“이런 지루하군요. 그래서 칠판에 쓴 회화문을 100번 써서 매 수업 시간마다 제출하세요. 알았죠?”

이 소리에 모두 정신이 번쩍 들었나보다. 다들 “에예?”라고 놀라는 목소리를 했다. 살짝 졸고 있던 나도 그 말에 100번 쓰라는 생각에 정신이 들었다.

“뭘 놀라요?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의 수업은 말이 많아졌으니 없고, 다음 시간부터 간단한 인사말부터 하기로 하죠. 그럼 다음 수업시간에서 봐요?”

헉! 오늘 수업이 2시간짜리인데 1시간이나 나홀로 떠든 중국어교수님. 앞으로도 나홀로 떠드시 겠지만 아니 회화문장 100번을 매 수업시간마다 내라니! 그리고 다 할 수 있다고 하니 하루종일 이거 과제 하려다 다 끝나겠다 생각이 들었다.

원래 수업해야 할 시간인데 1시간 일찍 끝낸 시간과 공강(空講) 1시간이 있어서 2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다른 셋도 당장의 수업이 없다고 하여 나와 함께 교내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이게 말이 되니? 어떻게 문장을 100번씩 쓰라는 거야? 그것도 손글씨로.”

“맞아. 이거 하다가 손과 손목이 다 나갈거야.”

“앞으로가 아득하다. 그래도 교수님이 후덕해 보이는 게 수업은 지루하지 않겠지?”

“야야, 계단 조심해. 아무리 잘 강의를 한다해도 2시간 가까이 되면 지루해.”

건물을 나와 공원처럼 꾸민 후동 광장을 지나 의대 건물 1층에 있는 개인카페로 이야기를 하며 넷은 입장을 했다.

딸랑.

“어서오세요! 어떤 음료를 줄까요?”

뭘 정하고 온 게 아니라서 넷은 멀뚱히 서서 메뉴판을 보면서 커피를 골랐다.

“아메리카노 4잔 주세요.”

다들 카페는 처음이라며 뭘 주문할까 고민을 하다가 가벼운 주머니 사정도 있으니 맨 처음 보이는 커피를 고른 거다.

“(커피 머신를 작동하며) 아, 그러고 보니 처음 보는 얼굴들이네. 신입생?”

“네. 올해 입학했어요.”

“그렇구나. 앳되 보이더라. 고생했네. 대학 문턱을 넘느냐고.”

덕담을 해 주는 카페 여사장님의 말에 넷은 마음이 녹는 듯했다.

카페는 아늑하니 4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고 2층에도 손님을 받았다. 바닥이나 천장 벽은 통나무 집처럼 꾸몄다. 뭔가 이국적인 서부영화 속에 놓여 있는 듯했다.

“여기 아늑하고 좋다…… 커피도 맛나!” 넷 중에 한 학생이 말했다.

“난 시럽 좀 넣었어. 난 단 게 좋더라. 음…. 아메리카노가 깨끗한 맛이네!”

내가 음미 평을 냈다.

카페에 40분 정도 지나 셋은 수업이 있다고 하여 다 같이 일어나 카페 앞에서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아직 1시간이나 더 남아서 나홀로 뭐할까 하다 도서관이 있는지 확인해 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인문대학건물 쪽으로 향했다.


인문대학 도서관은 5층에 있었다. 이정표를 보고 찾아갔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꽤 넓은 공간과 서고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총류에 써진 책종류가 무엇인지 확인하면서 책장들에 꽂힌 책들을 구경했다. 제법 많은 학생들이 한 쪽에 비치된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자격증 책을 보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슬쩍 어떤 책을 보나 하고 곁눈질하기도 했다. 소장한 책들이 많았다. (당연히 대학 도서관이니 소장본이 많지 않겠어?)

“다음에 시간이 이렇게 많이 남으면 여기서 시간 떼워야겠다.”

시간을 보니 나도 다음 강의를 들으러 가야 했다.

“아, 이 수업은 어디서 듣는 건가. 앞 자가…..7?”

학교 안내서를 주머니에 꺼내서 ‘7’로 시작되는 건물을 찾았다. 당연히 건물에 ‘7’이라고 아파트처럼 동번호를 적어 놓은 건 없다. 안내서 지도를 찾아 가는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에서 나와 바로 코앞에서 왔다갔다 하다 지가나는 재학생 같아 보이는 대학생에게 물어서 건물을 찾아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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