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도 이야깃거리로 만드는 아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읽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 중 다음의 네 가지를 실천하고 싶다.
어휘력 향상을 위해 독서를 게을리하지 말 것
하루에 천 단어 이상을 쓸 것
의식의 흐름대로 적고, 나중에 고칠 것
수동태나 어려운 단어는 쓰지 말고, 부사 사용도 줄일 것
오늘의 “행복 키워드”에서는 배운 것을 적용하기로 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월요일마다 “주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일요일마다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기대하는 모습이 귀엽다. 그 시간이 왜 그리도 좋을까? 아이는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나 혼자 추측해 보는 수밖에.
누군가 본인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좋은 걸까?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좋은가?
나나 남편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누굴 닮은 거지? 기특하고 신기하다.
“내일은 무슨 얘기를 할 거야?” 하고 물었더니 “30초 만에 집 치운 거!“ 라고 말한다.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엇이든 이야깃거리로 만들어내는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도 든다.
집순이 엄빠인 게 미안할 때도 많은데 아이에게는 “빠르게 집을 치운 일“ 역시 이야깃거리가 되나 보다. 집을 치우고 엄마, 아빠에게 칭찬을 들었기 때문일까? 칭찬을 통해 성취감과 기쁨을 느꼈을까? 어린이집 선생님과 아이들도 내 아이 이야기에 신나는 반응을 보여주면 좋겠다. 내 아이가 꽤 괜찮은 이야기꾼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오늘 저녁엔 아이에게 물어봐야지. 생각했던 주말이야기를 잘했는지. 다들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새벽녘, 자다 깨서 옆에 엄마가 없는 걸 확인한 아이가 서재로 들어온다. 새벽에 자다 깬 아이는 목소리에 짜증이 났다. 왜 자기 옆에 안 있냐고 신경질을 내는 모습조차 귀엽네.
내 옆에 있으라고! 혼자 있으면
괴물이 나올 것 같다고!!!
세상에 괴물은 없단다. 얼른 자. 라고 말하고 싶지만 오늘만큼은 아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준다.
이제 엄마가 옆에 있을게. 잘 자. 사랑해.
엄마는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존재니까. 사랑하는 마음 역시 표현해야만 의미가 있어지는 말이니까.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할 때 함께 있어주고 싶으니까. 이게 내 진심이니까.
아이 옆에서 핸드폰으로 오늘의 행복 키워드를 채워본다. 스티븐 킹 님의 조언이 귓속을 맴돌고 있다. 엎드려서 글을 쓰고 있는데 아이가 내 등에 다리를 올린다. 발의 온기가 온몸에 전해진다.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 그래, 이게 행복이지.
이제 아이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든 것 같다. 이제 운동하러 다시 서재로 가야겠다. 하루 10분 운동만큼은 꼭 지키고 싶다. 건강한 내 삶을 위해. 가족과 오래오래 행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내 아가, 이제 깨지말고 아침까지 잘 자렴.
굿나잇. 굿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