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
아빠의 부재가 평생 실감 나진 않겠지만 발인 날 아침이 되니 아빠의 영정 사진에 조금 익숙해졌다. 아빠는 왜 저 액자에 들어가 있는 거지? 아빠가 환하게 웃는 가족사진의 저 모습은 왜 영정 사진이 된 거지? 아직도 믿겨지지 않지만 사진만 봐도 슬프고 가슴이 찢어지진 않는 하루가 시작됐다.
아빠가 없어도 나는 울고 웃다 하면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겠구나,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먹먹해지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잘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발인 날 아침.
이래서 삼일장을 하나? 영정 사진에라도 익숙해지라고?
아빠의 영정 사진을 앞에 두고, 수백 번, 수천 번을 바라보면서도 아빠에게 이별을 고하지 못했는데 발인 날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향을 피우고 절도 드렸다.
아빠 잘 가시라고,
사랑한다고,
나는 눈물이 나도 씩씩하게 잘 살겠다고.
보내드리고 싶지 않은 게 진심이지만 인생의 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우리 아빠 역시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기에 죽음이 찾아온 거니까......
화장터와 장지를 거쳐 날이 너무 좋은 봄날, 꽃도 활짝 펴서 예쁜 날, 우리 아빠 잘 보내드렸다.
아빠, 잘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