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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장례식 2

입관

by 프로성장러 김양


아빠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날,


입관 준비를 마치고 고운 수의까지 잘 차려입은 아빠가 아무런 고통도 없이 편안한 얼굴로 누워있다. 아빠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는데 막상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지금의 아빠 모습을 꼭 기억하고 싶어졌다. 비록 영정 사진처럼 밝은 얼굴이 아니더라도 내가 평생 기억해야 할 아빠의 모습이니까.


“마지막으로 한 분씩 인사를 나눠주세요“


아빠, 아빠.....

이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은 들을 수 없는 단어가 됐네...

아빠, 40년 넘게 내 아빠로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요.

아빠,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있어요.

우리 아빠, 좋은 세상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아하는 공부도 많이 하고, 하고 싶은 일도 더 많이 하면서 살 수 있었을 텐데,

열심히 일만 하면서 산 죄밖에 없는 우리 아빠인데, 이렇게 가는 거 너무 억울해서 어쩌지?

아빠 덕분에 난 아빠가 이루지 못한 많은 꿈을 이룰 수 있었는데....

우리가 잘 자라줘서 아빠도 행복했던거지?

아빠...... 여기 걱정은 하지 말고 편하게 가요.

아빠가 걱정 안 하게 내가 엄마도 잘 지킬게.

살가운 딸이 아니었어서 미안했어....

아빠 사랑해요.

잘 가.


어떤 말을 해도 부족하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아빠와의 마지막 인사가 끝이 났다. 아빠는 꽃이 가득한 관 속으로 들어가셨고, 언니와 나는 마지막으로 장례사님이 전해주신 카네이션을 아빠의 가슴 한 켠에 꽂아드렸다. 다시는 아빠에게 직접 전할 수 없는 카네이션을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가장 최근에 카네이션을 꽂아드렸던 게 언제였더라?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이제 곧 어버이날이네.... 올해부터는 엄마에게라도 카네이션을 꼭 달아드려야지.



아빠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또다시 조문객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어제는 내 손님이 많았는데 오늘은 언니의 손님이 넘치고, 엄마 친구와 가족들은 계속해서 엄마 옆을 지켜준다.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들. 너무 오래간만에 보는 친척들 중에는 얼굴을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언니가 조심스레 다가와 방금 인사를 나눈 사람이 누군지 묻는다.


"언니가 방금 인사했잖아. 누군지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나 누군지 진짜 모르겠어.....”

“그럼 빨리 누군지 물어봐....;; 우리 손님이 맞긴 해? “


둘 다 웃음이 빵 터졌다. 결국 엄마 사촌 언니의 아들임을 겨우 기억해 낸다. 어렸을 땐 자주 만나서 같이 놀았는데... 세월이 이렇게나 흘러 금방 알아보지도 못하게 됐네.


아빠의 마지막 길을 함께해 주고, 명복을 빌어주고, 나를 위로해 주고, 함께 울었다 웃었다 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남편과 단 둘이 남은 장례식장에서 아빠의 밝은 웃음으로 채워진 영정 사진을 바라보니 또다시 가슴이 먹먹해진다.


“여보, 우리 아빠 좋은 곳에 갔을까? 아니, 아직 가고 있을까?“

“아직 가고 계실 거야 “

“그렇겠지? 아빠, 좋은 곳을 향해 성큼성큼 잘 걸어가요... 난 아직도 실감이 안 나고 믿기지도 않지만.....“


아빠의 장례식 둘째 날도 이렇게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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