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고마웠어요

내 삶에 존재해줘서

by 프로성장러 김양

모든 사람이 그렇듯 우리 아빠도 다양한 자아를 가진 입체적인 사람이었다. 말도 안되는 걸로 자신이 옳다고 우겼다가 또 다른 면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족의 말은 잘 듣지 않으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건 잘 듣고, 특히 몸에 좋다는것들을 그렇게 사다 쟁이셨다.


아빠는 암 재발과 치매 증상이 같이 오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급상승했다. 로또 당첨 번호를 준다는 이상한 업체에 돈을 보내는가 하면 누가 굿을 해야 암이 사라진다 하니 그 말까지 철썩같이 믿었다. 죽음을 앞두고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해서 그러셨던걸까?


당시에는 듣기만 해도 화가 났던 일들이 아빠가 돌아가시고나니 이해가 되기도 한다. “아픈 아빠 관점”에서 아빠를 바라보고 이해해드릴걸, 후회가 되기도 한다.


후회, 미련, 슬픔, 고통 같은 감정들을 밀어내지 않고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그러다보니 지금껏 40년 넘게 내 삶에 존재해준 아빠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 아빠는 간혹 이해가 안가는 말과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 아빠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였다. 말도 안되는 부분들은 말 그대로 아빠의 전체가 아니었고, 그 작은 부분들로 아빠라는 한 사람을 평가하거나 정의내릴 수도 없었다.

아빠는 내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도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의 바뀐 헤어 스타일을 칭찬해주고,

새로운 부서에서 잘 적응하라고 용기도 주고,

두 딸과 손자, 손녀들 덕분에 행복한 삶이었다는 따뜻한 말도 건넬 줄 아는 분이셨다.

그래서 나는 아빠가 미울 때도 있었고, 감사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누군가 그랬다. 애증의 “애”와 “증“은 깊이가 같은 거라고. 미워하는 것도 사랑의 감정이 있어야 가능한 거라고. 그러니 더더욱 이 양가 감정을 거부할 필요가 없었던건데 아빠가 살아계실때 모진 말로 아빠를 힘들게 한 건 아닌지 마음이 아프다.


이제 가족 단톡방에서 다시는 부를 수 없는 아빠라 더이상 볼 수 없는 아빠의 글과 흔적을 자꾸 따라가본다.


좀 더 따뜻하게 말할걸,

아빠의 공포와 두려움을 더 이해해드릴걸,


다정하고 살가운 딸이 아니었던게 갑자기 너무 죄송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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