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아빠
아빠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부터 거의 의식이 없으셨는데 그 와중에도 엄마의 생일이 다가오지 않냐는 말을 하셨다고 한다.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다.
처음으로 아빠 없이 보내는 엄마의 생신
언니는 주어진 휴가를 마치고 캐나다로 돌아갔지만 한국에 좀 더 머무르고 있는 조카들과 형부, 내 남편과 아이까지 모두 함께 엄마랑 같이 점심 식사를 했다.
아이들은 케이크에 서로 초를 꽂겠다고 싸우고, 할머니랑 같이 초를 불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결국 한 개만 꽂기로 했던 초는 준비해 온 6개가 다 꽂혔다. 정신없이 분주하게 만드는 아이들이 이 시기를 지나는데 큰 위로가 되다. 어떤 날엔 감사한 마음이 들고, 어떤 날엔 육아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따금씩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땐 더 힘들어지고, 그 외의 시간엔 대부분 괜찮은 게 육아인 것 같다. 이건 아빠의 부재와는 상관없는 육아의 어려움이겠지만.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올해 봄이 가고 여름이 오나 싶었는데 날이 다시 추워졌다. 즐거운 마음이고 싶어 예쁜 여름 드레스를 꺼내 입었는데, 너무 춥네.
아빠가 없어도 엄마의 생일은 돌아온다.
맛있는 건 여전히 맛있고,
예쁜 건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며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이 사실이 어쩔 때는 괜찮지만
어떤 날엔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아빠 없는 엄마 생일이 이렇게 잘 지나갔다.
이제 모든 기념일과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아빠의 부재를 다시금 확인하게 될 것 같다.
한 1년은 그렇겠지. 더 길어질 수도 있고.
그러다 서서히 익숙해지는 날도 오겠지.
어버이날, 가족의 생일, 명절, 크리스마스, 새해, 이런 특별한 날에 연락하거나 만날 수 있는 아빠가 없다는 사실이 자연스러워지는 그런 날.
아직까진 아빠가 많이 그립다.
이렇게 예쁜 걸 볼 때마다, 맛있는 걸 먹을 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