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 on canvas
오늘은 내 마음속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시 기획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녀는 갤러리 방문이 어색하고 낯선 내게 그림과 작품에 온전하게 나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 준 고마운 사람이다. 그녀가 기획한 전시라면 일단 작가님까지 믿고 보게 되는 이유.
Build on canvas
이번엔 가죽과 명주로 작업하는 공예 작가님의 전시였다. 캔버스 위에 대체 무엇을 세운다는 거지? 싶었는데 작품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건 계단일 수도, 사다리일 수도,
혹은 상자나 가죽일 수도,
그도 아니면 그저 쨍하거나 차분한 색일 수도 있다.
나는 여전히 훌륭한 예술 작품을 알아보는 감각이 부족하지만 작가가 작품에서 보여주는 색이 작품의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작가가 여기에 왜 이 색을 썼을까를 생각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 생각이 작가와 만나고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이건 책을 좋아하는 내가 어떤 책에 깊게 빠져들었을 때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드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다.
예술품은 작가가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해서 엄청난 노고를 더해 완성해 나가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관람객은 저마다 다른 생각과 해석을 한다. 그게 바로 예술이 주는 매력일테지.
나는 오늘, 박스 형태의 두 작품을 보며 다소 쌩뚱맞게(?) 어릴 적에 네 식구가 함께 살던 5층짜리 아파트를 떠올렸다. 요즘 가족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계단 모양의 작품을 보면서도 아빠를 떠올렸다. 사람이 죽으면 하늘나라로 간다고 표현하는데 대체 그곳엔 어떻게 가 닿는 건지 알 길이 없으니까.... 아빠가 부디 이렇게 정교하고 예쁜 계단을 오르며 좋은 곳을 향해 성큼성큼 잘 걸어가고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가죽이라는 재료를 사용해 그림처럼 보이는 작품을 구현해 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전시였다.
정현지 작가님 전시에서 눈 호강, 마음 호강, 맘껏 하고,
가볍게 하이볼도 마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왔다.
진정한 불금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