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아빠

아빠, 미안했어....

by 프로성장러 김양

죽음과 가까워지면 전 생애가 하나의 필름으로 연결된 것처럼 쭉 이어져 생각난다던데 아빠의 기억은 원망과 절망의 감정 어디쯤에서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지점에 멈춰 만나고 싶은 사람이 큰아빠였고, 가고 싶은 곳은 김포공항이었다.


큰아빠로 인해 끊어진 기억을 어딘가를 향해 떠나면서 연결하고 싶었던 걸까?


원한과 증오만 남은 아빠는 더 이상 큰아빠를 만나지 않았는데도 마지막에 보고 싶은 한 사람으로 형의 이름을 불렀다. 여전히 남은 기대와 희망이 있었던 걸까? 자신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지난날의 잘못을 사과할 수도 있을 거라는? 우리 아빠가 듣고 싶었던 말은 고작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였을텐데, 큰아빠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동생이 눈도 못 뜨고 병상에 누워있는 상황에서도, 동생이 다 죽게 생겼다는데도 본인의 고혈압과 관절염이 더 아프고 슬픈 사람이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큰아빠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를 듣고도 실감하지 못했었는데.


이런 사람이 우리 아빠의 형이라니,

이런 사람이 우리 아빠에게 아빠 대신인 사람이었다니,

우리 아빠 참 불행하고 슬픈 어린 시절을 보냈겠네.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 동안 괴로웠겠네.

결혼하고 나서 해방된 느낌은 받았을까?

별로 그러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기분이 이어졌을 것 같다. 어린 시절 큰아빠 집에만 가면 괴로워했던 엄마, 아빠가 생각나니까.

그렇게 힘들면 그냥 없는 사람 치면 될 것을,

아빠에게 원 가족은 버릴 수도, 무시하며 살 수도 없는 늘 아픈 무엇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그립다.

요즘들어 더 그렇다.

아빠의 부재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아빠 얘기를 더 많이 들어드릴걸, 후회가 되기도 한다.

아빠한테 조금만 더 살갑게 대할걸,

조금만 더 다정한 딸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빠가 아플 때라도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아빠, 미안했어....

오늘따라 더 많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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