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강남에 갈 일이 별로 없지만 나의 첫 직장은 삼성동에 위치한 아셈타워에 있었다.
여전히 이 부근을 지날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드는 이유다.
얼마 전 교육을 받으러 이곳을 지나가다 기쁜 마음을 담아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이 건물도 나와 함께 늙어간 걸까? 19년 전엔 매일 같이 엄청난 건물이라 생각하며 출근했는데! 얼마 전에 봤을 땐 그 정도로 대단해 보이진 않았다.
날씨 탓이었을 수도 있고, 주변에 공사가 한창이라 그랬을 수도 있다. 내가 그 이후에 더 대단한 건물을 많이 보고 경험했기 때문도 있겠지.
그래도 나는 여전히 아셈타워를 프라임 오피스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일단 최고의 쇼핑몰인 코엑스와 연결되어 있고, 지하로 지하철까지 쭉 이어지기 때문에 리테일과 교통 면에서는 정말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내가 직장을 다닐 때만 해도 2호선 삼성역, 7호선 청담역까지만 걸어갈 수 있었는데 이젠 9호선 봉은사역이 바로 옆에 붙어있다. 지금은 지하, 지상 모두 공사 중이라 어수선하긴 해도 최고의 입지를 뽐내는 프라임 오피스라 할만하다.
국제 행사, 이벤트 같은 행사가 코엑스에서 열릴 때가 많은데 회사에서 일하다 몇 분 내에 중요한 행사장, 컨퍼런스장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혜택 중 하나다.
나는 이 건물에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일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신영이었고, 당시 신영에서는 2층 일부와 3층 전체를 사용했다. 초기에는 아셈타워 측에서 모든 업종의 임차인을 받았지만 건물의 위상이 높아지며 IT 업종만 임차인으로 두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래서 임대인은 신영이 빨리 퇴거하기를 바란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과연 사실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층이 바뀌기는 했지만 아직도 신영이 굳건하게 아셈타워 임차인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면 그냥 떠도는 소문이었을 수도 있다.
이 글을 쓰며 궁금해서 현재 아셈타워에 입주하고 있는 임차인의 업종을 확인해 봤다. 도소매, 서비스, IT, 세 개 업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건설 및 개발 부분은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긴 하다. 그래도 신영은 층을 옮기긴 했어도 20년 넘게 아셈타워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량 임차인이다.
내가 다니던 시절 신영은 전성기에 접어들면서 확장세를 이어갔다. 보유한 건물도 꽤 있었지만 아파트 개발사업으로도 엄청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내가 재직하던 때에 직원 수가 200명을 넘기기도 했다. 내가 입사했을 때 팀장님이었던 분은 작년까지도 이 회사를 잘 다니며 임원까지 승진도 했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니면 승승장구 승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내 인생의 첫 팀장님을 만날 때마다 즐겁게 잘 다니시는 것 같아 보기 좋았고, 어떤 면에서는 한 회사를 꾸준하게 다닐 수 있는 성향이 부럽기도 했다. 이제 이 분도 퇴사를 해서 내가 신영에서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남질 않았다.
그래도 나는 당시 신영에 다닐 때 마음이 잘 맞았던 세 명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주기적으로 만나 업계 소식도 전해 듣고 있다.
내게 아셈타워는 나의 젊은 시절 추억이 온전하게 담긴 건물이다. 아셈타워와 코엑스를 빼놓고는 나의 20대를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
추억할 수 있는 건물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구나, 이 글을 쓰며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좋은 사람들과 연결해 주고, 첫 회사생활을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신영, 그리고 그 신영이 건재하게 살아남아 아직도 아셈타워에 입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아셈타워가 영원히 프라임 오피스로 남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