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로 이직 성공
서울연구원은 리서치의 메가, 서울시의 싱크탱크라는 닉네임이 어울릴 만큼 배울 것이 많고 훌륭한 곳이었지만 7년 이상 근무하다 보니 몇 가지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공공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다소 보수적이고 정체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석사 연구원이 참여할 수 있는 연구의 한계
더 늦어지면 민간기업으로 취직할 수 없는 나이 등
마흔을 눈앞에 두니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명확해졌습니다.
박사 논문을 열심히 써서 박사 연구원으로 새롭게 지원해 책임 연구원이 되던지,
민간기업으로 나올 수 있는 막차를 타고 공공에서 벗어나야 할지 말이죠.
하지만 제가 박사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는다 해도 제 전공분야의 책임 연구원 자리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그 순간 박사학위를 받기 전 경력은 다 사라지고 박사 1년 차 연구원이 된다고 하니 이 도전에 저에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적어도 15년 정도의 경력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연봉으로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허무하고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언젠가는 이 부분도 개선이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제가 다니던 시절엔 그랬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학사, 석사, 박사를 연이어 쉬지 않고 이어가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저는 고민 끝에 다시 민간회사로의 이직을 준비했습니다. 네이버의 P&P 카페를 기웃거리며 괜찮은 구인광고가 없는지 찾아봤어요. 비슷한 시기에 CBRE에서는 리서치팀의 차장급을 구하고 있었고,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서는 부동산 컨설팅팀에서 동일한 직급을 구하고 있더군요. 저는 둘 다 지원해서 두 군데 모두 면접을 봤습니다. 리서치팀은 상업 부동산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였는지 합격 소식을 듣지 못했어요. 하지만 쿠시먼의 빅데이터 컨설팅팀으로 알려진 부동산 개발사업 컨설팅의 팀장님은 제게 주거분야 전문가를 찾고 있었다면서 같이 일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셨습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젊은 시절 컨설팅 사에서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거든요.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리서치팀에 입사하면 다소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전에 경험했던 부동산 개발사업 컨설팅이라니, 오히려 더 좋은 기회처럼 느껴졌어요.
저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서 대규모의 부동산 개발사업 컨설팅도 담당했지만 임대팀과 협력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도 맡았어요. 특정 브랜드가 어느 지역에 입점하면 좋을지,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적정 지역을 찾아주는 것이었죠.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상업용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이고, 임대차 업무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팀과의 협업도 가능한 부분이었어요.
현재는 다양한 보고서를 작성하며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저의 장점을 어떻게 회사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여러 방면으로 고민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40대에는 안정된 진로를 찾아 탄탄대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나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일을 고민해 보고, 과감하게 새로운 커리어에도 도전해 보고,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 봐요(?) 100세 시대니까요.... 물론 제가 도전정신이 강한 편이긴 합니다 ㅋㅋ
저는 당분간 관련 분야의 커리어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50대가 되면 전혀 다른 시도를 해보겠다며 나서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한번뿐인 내 인생, 언제나 YOLO 마인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