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

커피가 좋아서. 테이스팅노트

오늘의 비움, 커피 요정 테이스팅노트

커피를 좋아한다. 해장용으로 즐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일을 하고, 그곳에서 도망치듯 나와서 한 일은 스타벅스 알바였다. 시급도 복지도 좋았다. 지점마다 다르겠지만 당시 내가 일하던 스타벅스의 점장님은 열성적이었다. 틈날 때마다 커피를 추출해서 테이스팅노트를 적게 했다. 나를 비롯한 아르바이트생들은 카페 빈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기 다른 원두의 커피를 마셔보고 향이 어떤지 얘기하고 노트를 채워나갔는데, 첫날 점장님이 알려준 커피 마시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코로 향을 들이마시고, 그다음 입안에서 커피를 굴리듯 소리 내 마셔봐야 한다고 했다. 후루룩 소리를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했다. 후루룩 소리를 내자 신기하게도 '그냥 커피'가 '과일향, 견과류 향이 나는 음료'로 바뀌었다. 테이스팅노트는 크게 스타벅스의 핵심 제품인 블론드, 미디엄, 다크 로스트 제품군과 시즌 커피, 리저브 제품군으로 장이 나뉘어 있다. 덕분에 대부분의 커피를 마셔봤다. 시음도 좋았지만 테이스팅 용어를 살펴보는 것도 꽤 재밌었다. 혀에서 춤을 추는 듯 선명하고 깔끔한 '스파클링', 입 앞쪽에서 느껴지는 톡 쏘는 듯한 산미인 '브라이트' 등.   

이 노트가 언젠가 도움이 될까 싶어 남겨뒀지만, 바리스타의 꿈은커녕 이제는 스타벅스보다 가까운 카페에 더 자주 간다. 당시 좋아하던 원두는 아침에 마시기 좋은, 산뜻하고 산미가 도는 브렉퍼스트 블렌드. 그리고 점심 이후 마시면 좋을, 묵직하고 향이 진한 프렌치 로스트. 특히 전자는 추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