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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뎡 Jun 08. 2023

트레바리 5년차, 25만원주고 독서모임하는 진짜 이유

시즌으로는 벌써 8번째!


 처음 만난 누군가와 취미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 독서모임이라는 답변은 상대방의 흥미롭다는 눈빛을 받기에 충분하다.


아직도 책을 읽는 사람이 있어요?


 유튜브가 범람하는 이 현대 사회에 ‘아직도’에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변종 모여있는 곳, 바로 독서모임 ‘트레바리’이다.

 



1. 트레바리와 첫 만남


 시작은 아쉬움이었다. 매년 적어도 17권 이상의 책을 읽는데, 읽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 그 책을 다시 발견했을 때 생각나는 말이 ‘좋았다’ 혹은 ‘별로였다’ 밖에 없다는 휘발성이 아쉬웠다. 그리고 좋은 콘텐츠를 발견한 후의 재미 중하나는 같이 본 누군가와의 수다가 아주 큰 요소인데, 재미있는 드라마를 시청한 후의 수다 동지는 쉽게 찾아졌지만 독서 수다 동지는 자취를 감춘 듯했다.


 그래서 독서모임을 찾아보았다. 당연히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트레바리’였지만, 책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회당 5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너무 비싸게 느껴졌다. 그래서 소모임을 한참 찾아보다 맘에 드는 모임이 없어서 직접 소모임을 만들었다. 가입비가 없다는 점은 멤버를 빠르게 모을 순 있었지만, 어떠한 강제성도 없는 모임은 다수의 당일 취소자를 양성했다. 또한 모임을 이끌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는데,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저 독서모임을 해보겠다는 마음은 모임유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마지막 선택지로 ‘트레바리’를 선택하게 되었다. 공수를 감안할 바에 차라리 돈을 내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는 결정되었으니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모든 모임의 설명을 눈이 빠지게 읽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맘에 드는 ‘무경계’ 모임을 선택했다.




2. 트레바리가 나에게 준 변화

 - 대기업 이직과 결혼


 25만원의 뽕을 뽑겠다고 시작한 트레바리는 내 인생에 큰 변화를 만들어줬다.


 나를 더 깊이 알게 되었다.


 그동안 독서와 생각의 꼬리 물기를 통해 스스로를 잘 안다고 자부해 온 편이었는데, 트레바리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 나를 아는 깊이가 달라졌다.


 트레바리에선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서는 모두 같은 생각을 할 텐데 이게 대화가 되려나 싶지만,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서로를 설득해 보고 이해해 가면서 내가 어떤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트레바리의 25만원이란 비용과 독후감이 필수인 조건은 적절한 필터링이 되어줬다.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하기에 자신을 개발하고 싶은 프로 갓생러들이 많다. 직업도 나와 같이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부터 의사, 변호사, 프리랜서, 선생님, 자영업자, 연구원 등 정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내 주변은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나와 다른 직업과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온 사람들과의 대화는 나의 세계관을 넓혀주기에 충분했다. 그 덕분에 내가 내 인생에서 뭘 원하는지도 분명해지면서 이직에도 성공하게 되었다.


 트레바리는 '듀오바리'로도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인연을 찾기 위해 모임에 가입하는 멤버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연애를 하고자 돈을 지불한다 하더라도, 트레바리는 독후감을 작성하지 않으면 모임에 참석할 수 없다!


 이 부분이 진심으로 독서모임을 하기 위해 모인 멤버들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선을 그어주는 조치라, 트레바리에 매력 중 하나라 생각한다. 트레바리에서 인연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다른 이유보단 '독후감'이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 글은 말보다 한번 세상에 나오기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생각이 가장 잘 묻어나는 소통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트레바리에선 누군가의 독후감을 읽고 대화를 하며, 그 사람의 생각에 공감하거나 매력을 느끼면서 인연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 역시도 트레바리 덕분에 결혼을 했는데, 남편을 소개해준 친구를 트레바리에서 만났다. 그 친구는 나와 여러 시즌을 함께하고 번개로 어울리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나와 잘 맞는 남편을 소개해준 게 아닐까도 싶다.

 



3. 트레바리에서 추천하는 모임(+파트너의 중요성)


 나는 트레바리가 재미있어서 5년간 해왔기에 당연히 주변도 추천을 많이 했다. 추천으로 트레바리에 가입한 지인들의 후기는 모임에 따라 달랐다. 중요한 점은 트레바리 시작을 어떤 파트너와 함께 하는가가 중요했다.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트레바리 모임의 종류를 소개한다.


무경계 - 자유 주제

체험독서 - 책 + 책과 관련한 체험

북씨 - 책 + 책과 관련한 영화

씀 - 책 + 글쓰기

파운더의 사고방식 - 창업자의 마인드와 관련된 책

클럽장이 있는 모임 - 유명인사가 클럽장으로 함께하는 모임


 여기서 나는 무경계, 체험독서, 북씨, 클럽장이 있는 모임을 경험해 봤다. 내 트레바리의 첫 시작은 무경계였는데, 무경계는 주제가 없기에 함께 책을 골랐다. 그 과정에서 혼자였다면 알지도 읽지도 않았을 책을 읽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거기에 운이 좋게도 가입했던 첫 모임의 파트너(모임장)는 모임을 너무 잘 이끌었고, 멤버들끼리의 합도 아주 잘 맞아서 번개도 자주 갖고 2~3 시즌을 함께 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또 한 모임을 오래 하다 보니 다른 곳에도 나와 이만큼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파트너로 모임을 끌어볼지도 고민했지만, 처음 경험해 본 파트너의 역량이 대단했어서 쉬이 용기가 나지 않았다.


트레바리의 반은! 파트너


 그래서 책과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북씨를 고르고 골라 신청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1회 모임을 참석하고 환불받았다.


 파트너가 변호사였는데, 첫 모임 중간부터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웠고 그 밖에 모임 관리도 엉망이었다. 그 모임 덕분에 ‘이런 사람도 파트너를 하는데 나라고 못할 건 뭐가 있지!’ 싶어서 무경계 모임을 시작으로 체험독서, 클럽장이 있는 모임에서 파트너를 맡아서 모임을 이끌었다.


 트레바리에서 어떤 모임을 가입할지 고민이라면 모임 주제에 대한 소개보다는 파트너 소개와 추천 책을 꼼꼼하게 읽는 걸 추천해주고 싶다.


 트레바리에서 파트너의 역할은 다양하지만, 결론적으론 멤버들이 양질의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첫 번째로 중요한 부분은 발제문이다. 정답이 정해져 누구나 같은 답을 하는 발제문이 아닌, 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발제문을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발화량 조절이다. 우리는 대화를 하기 위해 한 달에 한번 모임을 갖는다. 한 사람의 이야기만 듣지 않게 발화량을 조정하고,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멤버에게는 먼저 질문해 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론 멤버들이 사람을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독서에 한정되지 않고 서로를 인간 대 인간으로 더 알아갈 수 있도록 번개나 뒤풀이를 추진하는 것도 파트너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눈 이런 파트너와 함께했을 때, 멤버로서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파트너가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해야 멤버가 진정한 트레바리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참여하는 모임은 멤버 모집 중에 있다. 한동안 결혼준비로 멤버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할 것 같아서 한동안 트레바리를 접었었다. 그러고 이제 결혼도 다 했겠다! 여유가 생기자마자 바로 파트너를 신청했다.


무경계 - 호기심


 이번에 준비한 모임은 내가 트레바리에서 제일 재밌다고 느낀 ‘무경계’를 주제로 신청했다.


 첫 책은 최근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모순>을 선택해 보았는데,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 첫 모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두 번째, 세 번째, 마지막 책은 멤버들과 함께 골라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아무거나’는 아니다. 달별로 주제를 선정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누구나 관심 있는 ‘돈’에 대한 책을 읽어볼 예정이다. 세 번째는 각자 최근에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에 대한 책을, 마지막으로는 서로의 인생책을 공유해 볼 예정이다.


 책을 지정할 수도 있지만, 후보를 멤버들에게 받고 투표로 선정하는 이유는 비슷한 책만 읽지 않기 위해서다. 파트너도 취향이 있기 때문에 비슷한 책을 골라 읽는다. 반면 투표를 통해 선정된 책들은 멤버들의 다양한 취향을 담고 있다. 그리고 최종 선정되지 않더라도 새로 알게 된 맘에 드는 책을 혼자서 읽어볼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제 곧 6월 말이면 새로운 멤버들과 만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번에는 또 어떤 분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 기대하면서 유월의 끝을 기다려봐야겠다.



<무경계 - 호기심>

https://trevar.ink/I8aH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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