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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혜 Jul 04. 2020

도형들의 한 가지 노래

심보 버리기 이전에 마음 가지기

(神) 우리를 만들 때도 신과 비슷하게 만들었을까?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에는 꼭 인간 무리와 닮은 속성을 숨겨놓았다. 이는 도형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림 by 그라폴리오_보리꼬리)

도형은 동그라미, 세모, 네모, 뿔, 기둥.. 등 모양이 가지각색이나 '도형'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엮인다. 우리 사람들도 저마다 성향이 모두 다 다르지만 하나로 엮어보면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인다는 점에서 도형과 인간의 공통 속성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입원했었을 때 병동에서는 하루에 두 번씩 차(茶) 모임을 가졌었다.
모임 내용은 간단하다. 율무차, 대추차, 커피, 녹차 중 마시고 싶은 차 한 잔을 준비하여 차를 마시며 다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준비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대화를 같이 나누면 된다.


폐쇄병동 특성상 24시간 생활이 보호사나 간호사로부터 모니터링되어 기록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탈출하고 싶다면 꾀 좀 내어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좋은 것 같다.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성향이 제각기 다른만큼 좋아하는 노래도 다 다른데, "왜 그 노래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보통 "가사가 좋아서요"라고 얘기한다. 웃긴 건 노래 부르기를 마다하던 사람도 쭈뼛대던 사람도 한 가지 노래를 지정해서 누구 한 사람이 일어나 부르기 시작하면 다 같이 따라 부른다는 것인데, 한 노래 속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이 다 묻어 나온다는 것이다.


(그림 by 그라폴리오_키큰나무)

한 노래 속 여러 사람의 가락 사이로 숨어든 수많은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네 인생살이로 정리되는 듯했다.
곳은 아팠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
사람들은 정신질환자라며 색안경을 쓰고 보기도 하지만 오히려 커플 열고 들어가 보면 맑고 깨끗한 사람들이었다. 소위 심보를 더럽게 쓴다는 범주에 넣을 사람이 적어도 그곳에는 없어 보였다.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심보가 아닌 듯했다. 
내가 생각하는 심보란 마음을 감춰두는 곳에 불과하다. (심보:  마음, 賲 보유하다, 감추다)
우리는 심보를 버리기 이전에 심보 속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심보만 가진 자는 인간에 불과하다. 사람이란 본디 마음을 지녀야 하는 것.

마음이 사람의 기틀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또 한 번 나를 다진다.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겠다고.

가진 마음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고.

이 마음 잃지 않게 해 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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