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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혜 Jul 10. 2020

[첫사랑]내겐 그대가 처음이라서

첫사랑 그 남자 이야기 두 번째-사랑

# 첫사랑 그 남자 이야기 두 번째-사랑 편


나는 고1 때 처음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 초등학교 동창이었는데 공부도 잘하고 잘생겨서 늘 인기 좋은 친구였다. 공부를 잘해 진주 시내 고등학교로 진학해놓고는 나처럼 고등학교 때는 공부에서 손을 놓았더랬다. 그 때문에 대학은 성적 맞춰 지방 4년제 국립대로 가다 보니 또 같은 대학교에 가게 됐다. 그땐 우린 헤어졌고 그 친구에게는 이미 새로운 여자 친구가 생겼다. 그 넓은 캠퍼스에서도 어쩜 그리 눈에 잘 띄는 건지. 그냥 스쳐 지나가면 될 것을 저도 날 발견하면 꼭 잡고 있던 여자 친구 손을 뿌리쳤다 되잡는 모습이 너무 꼴 보기 싫었다.


이 친구 만날 때 나는 부끄러움이 많았었다. 그래서 단둘이 만난 적도 거의 없을뿐더러, 두 손가락에 꼽는 둘만의 만남에도 나는 되지도 않는 신문을 옆에 끼고 약속 장소에 나가 펼쳐 들고 설쳐댔으니 -_-;; 지금 생각하면 참 순진했다고 해야 할지 바보 같다고 해야 할지. 그러다가 보기 좋게 차였다.


내가 처음 ROTC 오빠의 고백을 거절한 이유도 이 친구 때문이었다. 기억할 것도 추억할 것도 없지만, 너무 순진할 때라 그놈에게 차인 사실이 당시 내겐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학부 선배들이 '늘 술 동아리 명예 멤버 술천포'라고 놀릴 만큼 술 마시고 놀기를 좋아하던 나에게 진주-대구 간의 거리는 "오빠, 보고 싶어" 한다고 오빠가 한달음에 달려와 줄 수 있는 거리도, 내가 달려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니었기에 사귀자고 고백한 것에 'Yes' 라고 답한 뒤에도 내 마음에 호감을 가지고 마음을 키워나갈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 내 생각을 다 알고 있던 오빠는 이미 개강 때 시간표를 나에게 맞춰 짜 놓았더랬다. 그리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내 앞에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 나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하루는 오빠가 멋져 보이고 싶었는지 내 아지트인 2층 오락실 계단 아래 ROTC 단복을 입고 나타나 베레모를 이리저리 써보며 씩 웃어도 보았다가 멋있는 척을 해보았다가 혼자서 생쇼있더랬다.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니, 얘가 이제 나올 때가 됐는데 왜 이렇게 안 나와?'라는 표정으로 계단 위를 살피다 그제야 나를 발견한 오빠는 흠칫 놀라며 손으로 만지던 모자를 계단에 떨어뜨렸다. 웬걸? 그 장면은 아직도 슬로모션처럼 너무도 생생해서 잊을 수가 없다. 떨어진 모자를 주우며 일어서던 모습 민망한 듯 미소 짓는  모습. 내가 처음으로 가슴이 두근콩닥폴짝 거리며 심쿵한 순간이었다.


부산에서 학교 다니던 친한 친구가 날 보러 진주에 왔다. 오빠 소개도 시켜줄 겸 셋이 술을 마셨다. "오빠는 보혜랑 귄 지 50일이 넘어가는데 여태 뽀뽀도 못하고 뭐했어요?"는 친구의 말에 오빠는 제법 머쓱해했다. 친구는 오빠더러 나랑 뽀뽀해보라고 옆에서 자꾸 부추겼는데 그럴수록 오빠는 더 부끄러운지 "자자! 건배!"를 외치며 연거푸 술잔만 비워댔다. 오빠는 나랑의 연애가 처음이 아닌 걸로 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오빠가 옆에서 자꾸 부끄러워하니 심술보가 도지면서 오기가 발동했다.


- "오빠! 나 뽀뽀해줘!"

"응?"

-"뽀뽀해 달라고!"


그렇게 친구 앞에서 입술만 잠시 마주하는 가볍고 어설픈 첫 뽀뽀가 내 입술 위를 스쳐 지나갔다. 친구는 임무를 완수한 듯 내 등을 손바닥으로 마구 쳐대꺄르륵크큭 좋아했지만, 나는 뭔가 찝찝한 기분에 오빠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오빠 뽀뽀 처음 하는 거야?"

"아니? 왜?"

-"아닌데? 이 느낌이 아니었는데?"

(고딩때 내가 좋다며 도둑 키스를 한 놈이 있었다.)

"응?"

-"키스해! 키스하자 우리!"


뽀뽀도 어설펐는데 키스라고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오빠는 마치 '키스하는 법'을 글로써 익힌듯했다. 그 날 이후에도 오빠는 키스까지! 잘하는 법을 글로 익혀오는 듯했다. 풉ㅋ 그도 그럴 것이, 키스하다가 "친구 놈들이 남자는 키스할 때 여자 가슴 만진근데 오빠는 내 가슴 만져?"라는 말에 수줍게 내 왼쪽 가슴 위로 손만 살포시 올려놓던 오빠였다. 나는 무슨 오빠 손을 내 왼쪽 가슴 위얹어두국기에 대한 맹세 하는  ^^ ㅋㅋㅋ


매사에 조심스럽던 오빠는 그런 모든 마음을 수첩 하나 기록해오고 있었다. 나에게 '사랑해 사랑해'  말하고 싶은 마음, 너무 떨려서 자꾸만 서툴어지는 스킨십에 대한 마음, 매일 만나지 못해 속상한 마음과 때때로 늘어놓는 내 투정에 대해 미안한 마음까지. 거기에 우리의 만남을 축하하는 오빠 친구들의 메시지와 학군단 이야기도 있었다.

훈련 가서 너무 힘들었는데 나한테 편지가 한 통도 안 와서 서운했다는 얘기와 별자리인지 북극성인지 찾을 때 내 생각하며 아주 잘 해냈다는 얘기도. 


돌이켜보면 오빠는 나에게 참 헌신적인 남자였다.

그땐 사랑을 주는 법도 받는 법도 모르는 나라서 오빠가 많이 힘들었겠지만.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시시콜콜한 기억 조각을  꺼내들 순 없지만, 분명한 건 모든 것에 완벽하지 않았기에 아쉬움이 고 아쉬움이 남았기에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따금씩 불현듯  사람이 생각난다것이다. 미련도 그리움도 아닌 그저 이별 앓이 후에 생기는 후유증처럼 지는 아련한 미소로  날의 설렘들을 기억하며..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내 첫사랑을..




@ 처음이라서_정효빈

떨어질 줄 몰랐던 너의 품도
잡은 손에 스치던 봄바람도
떨리던 입맞춤도 맞춰 걷던 걸음도
내겐 모두 처음이라서
고된 하루 끝을 토닥여 준 것도
작은 편지로 큰 눈물을 준 것도
벚꽃과 여름바다 단풍과 함박눈이
처음이라서 힘든가 봐

.....

사실은 겁이 나 이젠
어딜 가도 너와의 추억만 있을까 봐
그래도 처음이라 힘든 거니까 더 아픈 거니까
처음엔 다 그런 거니까
고생했어 많이 행복했었어 너라서
다 너라서 유난히 좋았나 봐
시간이 지나면 먼 추억이 되어 언젠간 웃겠지
참 좋았어 네가 내 처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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