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선거

코로나로 이긴 선거가 아니라 통치력이 이긴 선거이다.

by 김성수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이유를 코로나 덕택이라고, 그래서 코로나 선거라고도 한단다.

틀리는 말도 아닌 듯하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우리의 저력과 정부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 파동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실천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왔다. 코로나 때문에 여당이 선거에서 이겼다는 주장이나 외신은 우리의 저력을 잘 모르거나 과소평가하려는 저의가 숨어있다. 우리만이라도 이번 선거의 의미와 교훈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다짐해야 할 이유이다.


우리의 코로나 대처 능력은 일개 정부 부처나 의료진의 헌신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정부의 능력과 통치철학에서 나온 국가의 역량이라고 해야 옳다. 그것 없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가공할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몇 년 전에 우리는 메르스 사태를 뼈저리게 경험했지 않은가? 메르스 대처에 실패한 것은 당시의 통치능력과 정부 조직체계의 부재가 틀림없다. 물론 그때의 경험이 발판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과거의 실패를 성공의 계기로 삼은 것도 엄연한 정부의 통치능력이다.

우리의 코로나 대처방식이 세계로부터 칭찬을 받은 것은 그 효율성이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인도주의에 바탕한 대처방식이었다는 사실이다.

중국이야 독재국가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인도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서구 선진국까지도 통금, 봉쇄령을 비롯한 강압적인 수단을 서슴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코로나가 뒤덮은 대구를 봉쇄하지 않고, 통금령도 없었던 우리의 방식에 대하여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을 막지 않고, 중국과 같은 강압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부의 무능을 비판했지만 중국은 지금 세계로부터 경계와 지탄을 받고 있으니 그런 비판이야말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만일 그들 말대로 했더라면 더 큰 경제적, 정치적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의 시민의식은 아직 인도주의를 정치에 반영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왕권시대와 군사 독재정권에 익숙했던 기성세대들은 아직도 강압통치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흠모는 물론 전두환 대통령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불만인 사람들은 대개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고, 인도주의에 익숙치 못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번 우리의 인도주의적 대처방식은 우리의 전통이나 국민성에서 나왔다기보다는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정부의 정치력에서 나왔다는 판단이다. 문 대통령은 과단성과 명쾌함에서는 다소 아쉬워도 진중함과 인간미는 어떤 대통령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각본 없는 연두기자회견은 국민과 소통하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우리 정치사상 그 유례를 찾기 어려웠던 일이다. 대통령의 인격과 자신감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강력한 통치보다는 인간답고 따뜻한 정치를 국민이 선택한 것이 이번 선거이다. 역대를 통틀어도 임기 후반까지 절반을 넘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례를 기억하지 못한다. 코로나의 인도주의적 대처도 대통령의 이러한 인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경제적인 부진을 불만으로 삼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 경제는 가공무역이 기반이라서 세계경제와 같이 맞물려 있어 우리의 노력만 가지고 해결하기 어렵다. 야당에서는 정부를 무능하다고 몰아세우지만 그들한테 그런 능력이 따로 있을 리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도 뻔히 안다. 야당에서는 여당의 힘이 과다하다고 걱정하지만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던 야당의 과거의 행태를 봤을 때 강한 여당이 아니고서는 국정수행이 어렵다고 국민이 판단한 것이다.

정부의 무능을 문제 삼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서 그런지 현 정부는 상대적으로 부패 추문도 적다.

아직까지는 이명박의 사기사건이나 최순실의 부정부패, 국정문란 같은 사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가끔 먼지털이식의 파동도 있지만 현 정부처럼 부정부패 사건이 적은 때가 또 있었던가를 냉철히 생각해 볼 일이다. 조국 사건이나 울산 하명사건 정도는 과거에는 문제도 되지 않았던 관행이었음을 역사를 지켜 본 국민들은 안다. 현 정부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많지만 코로나와 세계적 불황에 얽혀있는 경제문제를 빼고는 과거 정부보다 못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일찌기 지금처럼 가짜뉴스가 판을 치던 시대가 있었던가?


문대통령은 고집스러움이 있는 듯하다.

좋게 말하면 통치철학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불통일 수 있다. 중국에 대해서 유화적이고, 일본에 대해서는 강경한 것도 불만일 수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것은 그동안 견지되었던 우리의 외교방침과 크게 다른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미국 일변도로는 위험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실감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세계 경찰국임을 포기했고, 트럼프가 하는 짓을 보면 우리가 어떻게 국제정세에 대처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성조기를 서울 한 복판에서 흔들어 대는 사람들이 있으니 딱한 일이다. 아직까지도 좌우간의 낡은 이념에 매이는 것은 시대착오이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좌이건 우이건 문제가 될 게 없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통치철학이나 개혁이 필요한 시대이다. 검찰개혁이나 재벌개혁은 시급히 이루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거기에 국회개혁과 언론개혁도 미룰 수 없다. 이렇게 시급한 적폐청산과 국가개혁이 야당의 발목잡기로 3년을 허비했다. 절체절명의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력한 여당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국민이 깨달은 것이 이번 선거이다.


이번 선거는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코로나 선거가 아니라, 개혁과 소망의 선거였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개혁은 더 중요하다. 개혁 없이 경제만 나아지는 극단적인 일도 별로 없겠지만 개혁이 이루어지면 경제는 자연히 따라오게 되어 있는 것이 수순이다. 코로나 극복과 함께 우리의 긍지와 자부심을 다시 한번 다짐하고 정착시키는 데 온 국민이 힘을 합하는 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개혁이 성공해야 보수도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다. 왜냐하면 개혁이 이루어지면 다음에는 안정적 보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나라도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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