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번식과 종족보존의 본능이 있다. 인간이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본능이 강할수록 이성은 부족한 법이다. 인간의 본능과 이성은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일 수 있었던 것이 이성적이었기 때문이라면 이성적일수록 인간적이어야 옳다. 짐승은 이성이 없기 때문에 짐승인 이치와 같다. 본능은 타고나지만 이성은 인위적인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인간을 교육시키지 않으면 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교육을 통해서도 여전히 본능적인 면을 다 없애기 어려운데 그중의 하나가 종족지키기 인 '代잇기'본능이다. 다만 인간은 이 동물적인 본능을 합리적으로 이성적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을 뿐이다. 힘 있는 집단은 가문과 계급이라는 조직으로 위장했고, 혈통과 문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종족보존의 본능을 줄기차게 지켜내고 있다.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짐승이고, 본능을 억제할 수 있어야 인간적이라고 한다면 대잇기 본능은 인간적이지 못하다.
父系사회의 대잇기 사상은 남아선호, 남성주의, 性불평등의 근간이 되었다. 代를 잇지 못하면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중죄였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들을 두어야 했다. 뿌리 깊은 우리의 유가사상은 절대신(絶代神)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에 효(孝)사상으로 대잇기를 공고히 하였고, 엄격한 장례의식과 제례의식으로 대외적 과시 수단으로 삼았다. 제사를 이어가는 것은 목숨보다 소중한 자손의 도리요, 민족적 전통이요, 미풍양속으로 삼았으니 조상교(祖上敎)라는 또 하나의 종교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를 이어가는 데 필요한 입신출세와 풍족한 재산을 차지하고, 그것을 자손 대대로 물려주어야 했다. 이러한 세습적 관습은 남을 돕거나 사회의 이익에 공헌할 여지를 없게 만들었다. 대잇기 사고는 문벌, 파벌을 형성하여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사회를 재촉하였다. 한번 사유화된 재산은 대잇기 세습이 되어 다시는 사회로 환원되지 않으니 사회의 부(富)는 점점 편중되게 되었다. 조선시대에 사유화된 재산이나 일제가 친일 매국노에게 준 부당한 재산까지 보장해 주는 우리의 괴상한 관습은 반윤리적이요, 반사회적인 대잇기 악습의 결과이다.
지금은 좀 개선이 되었지만 아직도 구세대들은 자식 결혼을 재촉하고, 애가 늦으면 조바심대고, 대를 이을 손자, 증손자를 고대한다. 대잇기에 골몰하는 세대주들은 이 중에 하나만 빠져도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집착한다. 딸보다는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려 하고, 그 대가로 살아서는 노후를 의지하려 하고, 죽어서는 제삿밥 얻어먹기를 기대한다. 그러니 내 재산과 후대를 악착같이 지켜내야 했다. 이러한 이기적인 대잇기 사고에서 사회적인 윤리의식이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지도층, 특권층들의 대잇기 본능은 보통사람들의 본능보다 더 지독하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민주주의, 신자유주의를 내세우며 여전히 동물적인 종족보존의 본능을 악착같이 지켜내고 있다. 힘이 있는 사람들은 부의 세습은 물론이고, 신분마저도 대잇기로 고착화하고 있다. 부모 찬스가 없는 흙수저들은 신분상승의 기회가 박탈되었고, 낙오대열에서 헤매는 악순환이 사회 구조화되고 있다. 자유경쟁이라는 명분으로 공정과 다수의 행복추구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이제는 신분이동과 ‘개천에서 용 나기’는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비인간적인 본능이 인간을 점점 동물화 하고 있다.
재벌들의 대잇기도 우리 특유의 사회풍토이다. 주식회사는 원래 사유재산이 아니라 주주들의 공유기업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형성과정에서 국가의 막대한 특혜를 받았으므로 국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성장해왔다. 그렇다면 재벌은 사유재산이라고만 할 수 없다. 그런데 재벌 총수들은 통상 5%를 넘지 못하는 자본 지분을 가지고 공공적 기업을 사유기업처럼 주무르고 있다. 재벌 총수들의 기업 농단도 부당한데 그마저도 대를 이어가며 독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업의 사회윤리는 고사하고, 상속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상속세마저 포탈하는 것을 관례로 삼고 있으니 숫제 도적과 다르지 않다. 국민들 또한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소득분배의 불균형을 개선하자면 빨갱이로 몰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지독한 노랭이 사회보다는 다수가 더불어 사는 따뜻한 빨갱이 사회가 더 인간적이다. 재벌들의 터무니없는 횡포와 협박이 우리나라처럼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보장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이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대잇기 사고라는 동물적 본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의 대잇기 종족번식 본능은 신성스러운 교회에서마저 벌어지고 있다. 신도들의 헌금으로 유지되는 교회는 당연히 신도들이 주인이다. 그런 교회를 목회자가 마음대로 매매하거나 대물림하여 지배한다는 것은 재벌들의 소행과 다름없는 몰염치한 짓이다. 설령 개척교회라 한들 신도들의 헌금으로 지어진 하느님의 교회가 어찌 개인의 재산이란 말인가? 이것도 우리의 뿌리 깊은 대잇기 종족번식의 본능이 아닐 수 없다.
대잇기 사고는 인간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근간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한 혈통주의, 파벌주의, 우월주의, 개인주의에는 반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사고가 깔려있다. 이것들은 민주사회의 통합과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들이다. 대잇기 관습은 재물을 철저히 사유화하여 국가재정의 빈곤을 낳고, 부의 사회환원 의지를 막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큰 나라이다. 이제는 이러한 본능적 습성에서 벗어나야 공정하고 행복한 사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기득권층과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특권의식과 소유욕을 절제하는 수범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