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45

산촌 풍경

by 김성수

29. 雙嶺 산촌풍경

申光洙

西崦人家半落暉◎ 서엄산 산마을에 해가 기울면

蒼煙數點出柴扉◎ 삽작문에는 몇 줄기 푸른 내가 드나들고-

隔溪秋草依俙逕 내 건너 억새밭 아련한 오솔길로는

黃犢知時獨自歸◎ 누렁송아지 혼자서도 때맞추어 돌아온다.


西서崦엄人인家가半반落락暉휘

西崦 서쪽의 산. 서암산. 人家 집, 쌍령 아랫마을이므로 ‘산촌’이라고 옮겼습니다. 半落 오후. 해가 서쪽으로 기운 오후. 이것으로 서술어를 삼아야 합니다. 暉 햇빛. 여기에서는 ‘해’라고 옮겼습니다. 배경을 제시하는 장면이므로 '해가 기울면'이라고 해서 뒷구와 긴밀하게 연결시켰습니다. 같은 시어이지만 '해가 기울고'와 비교해 보세요.


蒼창煙연數수點점出출柴시扉비

蒼煙 푸른 연기, 내, 아지랑이. 산촌의 정경입니다. 數點 몇 점, 내이므로 점을 ‘줄기’로 옮겼지만 좀 거칠어 보입니다. 出 나가다. 이 구의 서술어로 내가 들랑달랑하는 모습입니다. ‘들랑이고’라고 옮겼는데 이렇게 하면 전 2구와 후2구를 대등절로 연결시킬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1구와 3구는 배경, 2구와 4구는 상황으로 시의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에 '들랑인다'라고 하면 전반부와 후반부가 단절될 것입니다. 시의 번역에서 어미의 중요성이 절실한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柴 나무. 땔깜. 扉 사립문. 풀과 나무로 엮어 만든 삽작문입니다.


隔격溪계秋추草초依의俙희逕경

隔 떨어진, 건너편. 溪 시내. 시내 건너편입니다. 秋草 가을 풀, 억새, 갈대. 쑥대. 여기는 산골이므로 억새가 좋을 듯합니다. 依俙 희미하다. 아련히 보이다. 수식어로 삼습니다. 逕 오솔길. 내 건너 길은 누렁송아지가 돌아오는 길이므로 억새가 길을 덮고 있어야 정경에 어울릴 것입니다. 다시 배경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黃황犢독知지時시獨독自자歸귀

黃犢 누렁 송아지. 이 깊은 산촌에서 움직이는 유일한 주인입니다. 知時 때를 알다. 獨 홀로. 自歸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몰지 않아도 스스로 때를 맞추어 돌아오다. 이 산촌에서는 소 치는 아이도, 농부도 필요 없이 송아지가 마음대로 풀을 뜯다가 해가 지면 알아서 혼자 집에 돌아오는 상황입니다. 전원의 절대한정을 그린 시는 많지만 송아지마저 사람 손을 타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돌아온다는 장면 설정은 걸출한 솜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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