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슬픔
濟州雜詩 서러운 제주백성
金春澤 1670-1717
或有宦遊客◎ 놀러 오는 벼슬아치도 있어
留連不憶歸◎ 좀처럼 돌아갈 생각을 않네.
醇醪添氣象 술에 취해 거들먹거리기도 하고,
紅紛倍光輝◎ 미인을 품에 안고 호기도 부린다.
良馬常多取 좋은 말 제멋대로 골라 타고,
潛珠亦暗飛◎ 진주도 뒤로 몰래 챙긴다.
島氓何所望 섬 백성들의 소망은
御史有霜威◎ 제발 추상같은 어사가 내려오기를-
김춘택은 당쟁에 적극 가담하여 부침을 거듭하다가 제주까지 유배를 오게 되었습니다. 제주에서 제주잡시 20수를 남겼는데 이 시는 그중 하나입니다. 관리들의 횡포와 제주도민의 고달픔을 짧은 한시로 그려냈습니다.
或혹有유宦환遊유客객
或 혹은, 어떤, 더러는. 그러나 시의로 보아서는 생략하고 대신 ‘벼슬아치도’로 옮기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有 있다. 宦 벼슬아치. 遊客 관료 유랑객. 이를 합쳐서 ‘놀러오는 벼슬아치’라고 옮겼습니다. 제주는 바다 멀리 절도여서 관리들이 한번 오면 돌아가기도 어려웠습니다. 조정도 관심 밖이니 관리들의 폭정과 횡포가 심하여 백성들의 고통이 심했습니다. 게다가 그들을 따라 재미삼아 놀러오는 사람도 있었고, 유배객들도 많았습니다. 이들은 대개 섬 백성들에 군림하여 민폐를 끼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留유連련不불憶억歸귀
留連 놀이에 빠져 돌아갈 줄 모르다. 不憶歸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개 좌천이었으므로 한번 내려오면 좀처럼 돌아갈 수도 없었고, 복귀를 위해 가렴주구로 많은 뇌물을 바쳐야 했습니다. 원시에는 없지만 앞에 或의 번역이 생략되었으므로 이를 여기로 옮겨 ‘좀처럼’이라고 하면 원래의 의도가 반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관리나 유객이 다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그들은 제주도 백성들의 원망의 대상이었습니다.
醇순醪료添첨氣기象상
醇 증류주. 醪 막걸리. 모든 술. 添 더하다. 氣象 얼굴 빛. 얼굴 빛이 술에 취해 거나하다. 이를 거들먹거리다로 옮겼습니다. 그들이 원망의 대상이 된 것은 늘 술판이나 벌이고, 거들먹거리기 때문이었습니다.
紅홍紛리분倍배光광輝휘
紅紛 분, 화장한 미인, 기생. 倍 더하다. 光輝 빛나다, 호화스럽다. 호기 부리다. 관리 유객들은 늘 술에 취하고 예쁜 여인, 기녀를 안고 호기를 부리는 것이었습니다.
良양馬마常상多다取취
良馬 좋은 말. 常 항상, 늘. 多取 많이 취하다. 제주도는 말이 많은 곳이니 그들은 늘 좋은 말을 골라 뺏어타고 질탕한 놀음을 벌였던 것입니다.
潛잠珠주亦역暗암飛비
潛 물에 잠기다. 잠녀는 해녀. 珠 진주. 해녀들이 따는 조개 속의 진주입니다. 亦 역시, 또한. 여기에서는 '도'로 옮겼습니다. 暗 몰래, 암암리에. 飛 날다. 성행하다. 직역하면 어색하므로 '챙기다'로 옮겼습니다. 산에 가서는 말을 타고, 바다에 가서는 해녀들이 잡는 전복을 먹고, 혹 진주가 있다면 은근슬쩍 빼앗는 것입니다.
島도氓맹何하所소望망
島氓 섬에 사는 백성. 제주도민. 何所望 무슨 소망. 다른 소망은 없다. 제일 큰 소망입니다. 가렴주구에 시달리는 제주인들이 바라는 것이 수없이 많았겠지만 다른 것은 다 그만두고서라도 이런 무도한 관리, 양반들을 없애 줄 암행어사가 제일 필요했을 것입니다.
御어史사有유霜상威위
御史 암행어사. 관리들의 폭정과 횡포가 심하므로 제주도 백성들은 암행어사 출또를 간절히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험난한 뱃길에 어사마저도 보장할 수 없다면 그들의 소망도 허사가 될 것입니다. 有霜威 서릿발 같은 암행어사의 위엄, 그리하여 관리들의 비리를 엄히 처벌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何가 생략되었으므로 여기에 ‘제발’을 넣어 시인의 의도를 살렸습니다. 이 시에는 관리와 선비들의 수탈에 시달리는 옛날 제주 백성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이런 제주도민의 서러움은 육지의 지배를 받은 이래 계속되었을 것이지만 4.3학살보다 더 비참한 일은 일찍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쓰라린 역사의 교훈을 새기지 않으면 우리는 발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