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48

강물에 비친 산의 풍경

by 김성수

山影倒江吟

權好文 1532-1587


淸江自作碧玻瓈◎ 맑은 강물이 파아란 보석되어 흐르고,

更染靑山倒影低◎ 강물 위에 다시 청산까지 물들었네.

鳥入蒼波魚躍岫 새는 푸른 강물로 날아들고, 고기는 산으로 뛰어오르고,

峙高流下我將迷◎ 고개마루는 높고, 강물은 아득히 흐르니 갈 길을 모를레라.


淸청江강自자作작碧벽玻파瓈려

淸江 맑은 강물. 自作 스스로 만들다, 짓다. 되다. 碧玻瓈 푸른 보석. 맑은 강물이 보석을 만들었다기보다는 ‘보석되어 흐르고’라고 옮기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更경染염靑청山산倒도影영低저

更 다시. 染 염색하다, 물들이다. 靑山 푸른 산. 푸른 강물 위에 다시 녹음의 색깔로 물들인 강물 빛입니다. 倒 거꾸로. 影 그림자. 低 낮다, 밑. 청산이 물 위에 거꾸로 비쳐있는 풍경입니다. 低는 ‘낮다’는 강물 위에 비친 산이 실제의 산보다 낮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들을 다 옮기려면 시가 어지럽게 됩니다. 한시는 엄격한 운율을 맞추기 위해서 문법과 어순을 어기는 일이 다반사이고, 詩語마저도 상황에서 자유로운 일이 적지 않습니다. 倒(도)影(영)低(저)가 그렇습니다. ‘다시 청산을 염색하고, 거꾸로 선 그림자가 낮네'라고 번역하면 독자가 이 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작자인들 만족해할까요? 이들을 과감히 줄여서 ‘강물 위에 다시 청산까지 물들었네’라고 옮기는 것이 시인의 의도를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鳥조入입蒼창波파魚어躍약岫수

鳥入 새가 물 위로 날고 있다. 蒼波 푸른 물결, 파도. 魚躍 물고기가 뛰어오르다. 岫 산 봉우리. 에메랄드빛의 강물 위로 흰 새가 난다는 뛰어난 색채의 대비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다 물고기가 산 그림자 위로 힘차게 뛰어오르는 장면은 이 시에 더욱 생동감을 더해 줍니다. 비록 물고기가 뛰어오른 곳은 물 위에 비친 산 그림자에 불과하지만 그 산은 봉우리였기 때문에 물고기가 산 꼭대기까지 뛰어올랐다는 절묘한 감정이입의 효과도 거두도 있습니다. 이 구절은 <중용>의 鳶飛魚躍- 새는 하늘을 날고 고기는 뛰어오르다-을 원용하여 산수의 절경을 선명한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내려는 데 성공했습니다.


峙치高고流류下하我아將장迷미

峙 고개. 高 높다. 고개는 높다. 流 강물. 下 아래로 흐르다. 물에 비친 산은 높고, 강물은 벽옥처럼 흐른다. 我 나. 將 -할 것 같다. 迷 혼미하다. 여기에서는 迷를 ‘길을 잃다’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길을 잃었다는 것은 산수경치에 몰입되어 발걸음을 뗄 수 없다는 심경을 읊은 장면입니다. 경치가 하도 아름다워 발길을 옮길 수 없으므로 ‘갈 길을 모를레라’라고 옮겼습니다. 서정시는 기본적으로 일인칭 서술이기 때문에 '나'를 옮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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