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50

군밤

by 김성수

拾栗습율 군밤

李仁老 1152-1220


霜餘脫實亦斕斑◎ 서리에 떨어진 밤톨이 땅 위에서 반짝이는데

曉濕林間露未乾◎ 새벽 숲은 아직 이슬에 젖어있다.

喚起兒童開宿火 아이 시켜 간밤 화톳불 뒤져 알밤을 구우니

燒殘玉殼迸金丸◎ 껍질이 터져 금덩이가 튀어오른다.


霜상餘여脫탈實실亦역斕난斑반

霜 서리. 餘 남다, 나머지. 脫實 탈, 벗어나다, 떨어지다. 실, 열매, 밤. 脫은 서리 맞아 밤송이에서 떨어져 나온 밤톨. 亦 역시, 또한, 그러나 생략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斕 반짝거림. 斑 무늬. 이는 ‘윤기 나는 밤’입니다. 지금의 기후라면 밤은 서리가 오기 전에 떨어지니 서리 맞은 밤알은 좀 이상합니다. 기후 이변일 수도 있겠지요. 또한 다음 구에서는 ‘이슬이 마르지 않았다’라고 하였는데 서리와 이슬이 같이 있는 점도 그렇습니다. 사리를 따진다면 이슬 맞은 밤톨은 반짝일 수 있지만 서리 맞은 밤톨은 그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욕심을 더 낸다면 1구와 2구를 맞바꾸어 ‘새벽 숲 아직 이슬에 젖어있는데 서리에 떨어진 밤톨이 땅 위에서 반짝인다.’라고 한다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까지 번역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일 것입니다.


曉효濕습林림間간露로未미乾건

曉 새벽. 濕 습기, 새벽 공기. 그러나 습기와 이슬은 같은 시어이므로 濕은 생략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林間 나무 사이는 곧 숲입니다. 露 이슬. 未乾 마르지 않았다. 새벽의 습기는 곧 이슬입니다. 아침이슬이 배경이 되고 밤톨이 떨어진 것이 상황이 되므로 시에서는 서리보다는 이슬이 먼저 나오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입니다.


喚환起기兒아童동開개宿숙火화

喚 부르다. 起 일으키다. 起는 보조사이므로 생략합니다. 兒童 아이. 開 열다, 뒤지다. 宿火 어제밤 불. 사윈 불. 화톳불. 옛날의 어른들은 체면을 생각해서 밤 굽는 것도 아이들 시켰으니 밤 구워먹는 재미가 덜했을 것입니다. 화톳불을 뒤져 알밤을 구운 것이지만 원작에 굽는다는 서술어가 없으므로 번역시에 덧붙였습니다.


燒소殘잔玉옥殼각迸병金금丸환

燒 타다. 殘 나머지. 타고 남은 껍질. 玉殼 밤 껍질. 迸 튀다. 金丸 금빛 알맹이. 노랗게 익은 알밤. 이 시의 멋은 군밤을 금덩이로 비유한 장면일 것입니다. 밤 굽는 일은 아이를 시키고 그 즐거움은 어른이 차지했으니 깍쟁이지만 순박한 어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밤을 황금덩이로 비유한 것에서 군밤을 아주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근엄하고 고답적인 탈속을 자랑하는 선비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소박한 행복을 찾는 시인의 멋이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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