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거사를 찾아서
訪金居士野居
權近 1352-1409
秋雲漠漠四山空◎ 가을 산 아득히 구름이 덮고 있는 곳
落葉無聲滿地紅◎ 소리 없이 지는 단풍에 천지는 붉어있다.
立馬溪橋問歸路 시냇가 다리에 말을 매고 길을 묻다니
不知身在畵圖中◎ 내가 그림 속 사람임을 잊고 있었구나.
秋추雲운漠막漠막四사山산空공
秋雲 가을 구름. 그러나 가을구름보다는 가을산이 더 주요한 배경이므로 가을을 산으로 연결시켜 옮겼습니다. 漠漠 아득히. 아스라이. 四山둘러친 空 비다. 구름이 온 산을 덮고 있어 찾아가는 김거사의 집은 보이지 않는다는 시의(詩意)이므로 空은 생략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落낙葉엽無무聲성滿만地지紅홍
落葉 낙엽. 그러나 떨어진 잎은 틀림없이 빨간 단풍일 것입니다. 無聲 소리가 없음. 滿地紅 땅이 온통 빨갛다. 그러나 시인이 본 것은 땅뿐 아니라 하늘도 단풍으로 덮어 붉게 물든 황홀한 정경일 것입니다.
立입馬마溪계橋교問문歸귀路로
立馬 말을 세우다. 비끌어 매다. 溪橋 시내 위의 다리. 問歸路 돌아가는 길을 묻다. 돌아가는 길을 묻는다고 말했지만 물을 사람이 없어도 좋습니다. 어차피 시인은 단풍산의 정경에 몰입되어 돌아갈 마음이 조금도 없으니 길을 물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풍경에 몰입된 시인은 자신이 그림인지 시인인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그래서 ‘길을 묻다니-’로 옮겼습니다.
不부知지身신在재畵화圖도中중
不知 알지 못하다. 身在 몸이 있다. 몸은 시인. 畵圖中 그림 속에. 스스로 내가 산 속에 있는지, 그림 속의 인물인지 모를 정도로 물아일체가 되어있다는 뜻입니다. 장자(莊子)의 유명한 호접몽(胡蝶夢)의 경지를 시로 말한 것입니다.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를 보니 그 황홀한 정경에 몰입되어 내가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내가 된 것인지 몰랐다는 고사를 원용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