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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수 Nov 03. 2023

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60

부모님 은혜

      遊子吟       

                      孟郊     751-874


慈자母모手수中중線선        어머님 정성들인 바느질은

遊유子자身신上상衣의◎     집떠난 자식에게 보낼 솜옷.

臨임行행密밀密밀縫봉         밤새워 땀땀이 꿰매는 뜻은 

意의恐공遲지遲지歸귀◎      자식이 늦게 돌아올까 근심이지.

誰수言언寸촌草초心심         누가 하찮은 풀을 묶어서

報보得득三삼春춘暉휘◎      햇볕같은 부모은혜 갚는다고 했나?


이 시는 한시 형식상 古時입니다. 한시는 크게 고시와 근체시로 나뉘는데 형식이 가장 엄정한 것을 근체시, 또는 당시라고 합니다. 한시는 당시에 이르러 형식적인 완성을 이루게 되는데 이전의 고시에 비하여 근체시라고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물론 당시 중에서도 엄정한 근체시가 아닌 것은 고시입니다. 근체시 이전에 지어진 것, 그 후에도 근체시의 형식을 갖추지 못했으면 역시 고시입니다. 

 이 시는 唐代에 지어졌지만 6행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고시입니다. 고시는 이 작품처럼 노래로 불려진 것이 많은데 이를 악부라고도 합니다. 이에 비해서 근체시는 노래보다는 음영으로 읊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慈母手中線

慈母 사랑의 어머님, 어머니는 당연히 사랑이므로 慈를 뒤로 보내어 바느질 앞에 두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바느질에 연결하다보니 ‘정성어린’으로 바꾸어서 옮겼습니다. 手中線 손바느질. 線은 실.      


遊子身上衣

遊子 타관에 살고 있는 아들, 징발되어 변방으로 떠난 경우가 많았습니다. 身上衣 입을 옷. 북방 변방의 추운 날씨에 견딜 솜옷일 것입니다.      


臨行密密縫

臨行 옷을 전해줄 사람이 떠날 때. 직역하면 시가 이상해지므로 ‘밤새워’로 옮겼습니다.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은 대개 아침 일찍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密密 꼼꼼하게 빽빽하게, ‘땀땀이’로 옮겼습니다. 縫 꿰메다. 재봉.      

意恐遲遲歸

意恐 걱정, 근심하는 뜻. 遲遲 늦음의 반복어. 歸 아들이 돌아오는 길. 아들이 돌아올 날이 멀어질까 걱정되어 더욱 정성들여 바느질하는 어머님의 마음을 절실하게 옮겨야 할 것입니다. 3구와 대우이지만 이를 우리말로 옮기지 못하였습니다.        


誰言寸草心

誰 누구, 누가? 言 말하다. 寸草心 짧은 풀과 같이 작은 자식의 효심, 정성. 결초보은(結草報恩), 자식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 풀을 묶어 은인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고사가 숨어 있는 장면입니다. 6행과 연결시켜 풀이하면 ‘누가 작은 효성으로 부모의 크신 은혜를 갚을 수 있다고 말하는가?’ 정도일 것입니다. 言을 다음 뒤로 돌리는 것이 우리 시에 좋을 것입니다.     


報得三春暉

報得 갚을 수 있다. 三春 3.4.5월의 봄. 暉 햇빛. 草心과 대조되는 봄날빛. 부모의 은혜를 비유한 말입니다. 부모의 큰 은혜는 도저히 갚을 수 없다.

  요즈음 부모들의 자식사랑은 옛날보다 더 크지만 부모에 대한 자식들의 사랑은 풀만도 못한  세상입니다.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갚기는커녕 부모에게 더 큰 사랑과 희생을 요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태가 걱정입니다. 그런 못된 자식을 탓하기 앞서 자식을 잘못 가르친 부모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것입니다. 내 자식을 내가 바라는 대로 최고로 키우는 것이 자식사랑이 아니라 남을 존중할 줄 알고, 사회에 잘 적응하는 자식으로 키우는 것이 정말 자식을 사랑하는 길일 것입니다. 옛날의 부모는 그렇게 자식을 가르쳤고, 그래서 효도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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