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62
子夜四時歌 자야의 노래
春歌 자야의 노래
李白
秦진地지羅나敷부女녀 뽕따는 아릿다운 처녀가
采채桑상綠녹水수邊변◎ 파란 냇가에서 뽕잎을 따는데
素소手수靑청條조上상 푸른 뽕나무 사이로 손이 하얗고,
紅홍粧장白백日일鮮선◎ 붉은 입술은 햇빛에 빨갛다.
蠶잠飢기妾첩欲욕去거 누에 뽕먹일 때라 저는 돌아가려니
五오馬마莫막留류連련◎ 나리- 이제 그만 마차를 돌리시는 게 어떠실지요?
이백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것도 없이 두보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한시의 대가입니다.
子夜는 강남의 유명한 가수로 그가 부르는 강남의 민요를 子夜歌라 불렀다고 합니다. 개인의 이름이 하나의 장르가 되었으니 민요의 위세가 대단했던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형식으로 古詩요, 내용적으로는 민요인 악부(樂府)였습니다.
원래 春 夏 秋 冬으로 이어지는 연작시였지만 여기에서는 春만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이 시의 특징은 색채어를 능숙하게 살려내어 매우 시각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秦地羅敷女
秦地 진나라 땅. 자야가는 원래 강남 절강, 강소 지역의 민요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진지라고 했으니 이백이 서역 출신이고, 長安이 秦나라 지역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바꾸었을 것입니다. 우리한테는 진지이건, 강남이건, 나부가 누구이건 중요하지 않으니 이를 생략하고, 원작에는 없지만 ‘아릿다운’이라고 옮겼습니다. 그렇다고 ‘잠실 뽕따는 처녀’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羅敷女 뽕따는 여인. 또는 여인의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采桑綠水邊
采桑 뽕을 따다. 綠水 푸른 물. 푸른 뽕잎이 비친 냇물의 색깔입니다. 색채감이 뚜렷합니다. 邊 한쪽. 여기에서는 냇가.
素手靑條上
素手 여인의 하얀 손, 피부. 靑條上 파란 뽕나무 가지 위에 하얀 여인의 손이 대조되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靑 앞 구 綠과 구분하기 위해서 '파란'이라고 옮겼습니다. 綠과 靑은 green과 blue로 쉽게 구분되지만 우리말 파랗다와 푸르다는 좀 어렵습니다. 풀색이 푸르다면 하늘색은 파랑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뽕잎을 녹이라 했고, 또 청이라고도 했으니 이는 시의 운율을 맞추기 위한 수단이지만 이를 우리시로 옮기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녹과 청을 같은 말로 옮길 것인지, 다르게 옮길 것인지 고민하다가 다르게 옮겼습니다만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紅粧白日鮮
紅粧 붉게 화장하다. 흰 피부에 붉게 입술을 칠하고 뽕을 따는 여인의 아름다움이 그려져 있습니다. 白日鮮 맑게 빛나는 햇빛. 역시 색채의 대비가 빛나는 장면입니다. 3구와 4구는 대구이므로 이를 살려서 번역해야 원작의 뛰어난 기교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素手와 紅粧, 白日과 靑條가 선명한 색채의 대비를 이루게 옮겨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소홀히 한 번역이 많습니다. 여기까지 한 폭의 미인도가 완성됩니다.
蠶飢妾欲去
蠶飢 누에가 배가 고프다. 뽕 먹일 시간이 되었다. 妾 여인이 자신을 낮추는 말. 欲去 가려고 한다. 갈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졸지에 화자가 시인에서 나부로 옮겨졌습니다. 과정 없이 갑자기 바뀐 장면이라 당황되지만 잔잔한 그림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五馬莫留連
五馬 다섯 필의 말이 끄는 마차, 신분이 높은 사람. 뽕따는 나부녀에 반해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는 풍류 남자일 것입니다. 莫 하지 말라, 금지. 留連 놀이에 취해 떠날 줄 모르다. 자신에게 취해있는 바람둥이 남자에게 경고를 하는 장면입니다. 처녀는 뽕을 따면서도 엉큼한 남자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가 따끔한 경고장을 날린 것입니다. 순박한 시골처녀의 단호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말을 그대로 곧이듣는다면 진짜 바람둥이가 될 수 없겠지요. 이후가 궁금하지만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이 시의 매력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