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이 태풍에 날아가다.
茅屋爲秋風所破家
. 杜甫
八月秋高風怒號 8월 가을인데 광풍이 흉악하여
卷我屋上三重茅 두터운 지붕을 말아서는
茅飛渡江洒江郊 강 건너로 뿔뿔이 날려보냈다.
高者挂罥長林梢 높이 날아간 놈은 나무끝에 걸리고
下者飄轉沉塘坳 낮게 날아간 놈은 연못구석에 처박혔다.
南村群童欺我老無力 남촌 애들은 내가 늙고 힘이 없다 깔보고
忍能對面爲盗贼 눈 앞에서 도적질을 하는데
公然抱茅入竹去 아주 대놓고 지붕을 들고 대밭으로 사라진다.
唇焦口燥呼不得 목이 터지도록 소리쳐도 소용이 없으니
歸来倚杖自嘆息 돌아와서는 지팡이 짚고 탄식만 할 수밖에-
俄顷風定雲墨色 이윽고 바람이 잦고 구름은 시커멓고
秋天漠漠向昏黑 가을 하늘은 아득히 어두워간다.
布衾多年冷似鐵 이불은 오래되어 차갑기가 쇠와 같은데
嬌兒惡卧踏裏裂 어린 것들은 제멋대로 밟아 찢어놓는다.
床頭屋漏無乾處 머리맡은 물이 새어 마른 곳이 없고
雨脚如麻未斷絶 빗발은 삼대같이 쏟아붓는다.
自經喪亂少睡眠 전란으로 불면증에 걸렸는데
長夜霑湿何由徹 긴긴밤 척척한 이 잠자리 어이 보낼꼬?
安得廣厦千万間 어찌하면 천만 간 집을 얻어
大庇天下寒士俱歡颜 천하의 가난한 선비 기쁜 얼굴로
風雨不動安如山 비바람에 끄떡없이 편안하게 지내게 할꼬?
呜呼, 何時眼前突兀见此屋 어허! 언제라도 이런 집을 보게 된다면
吾廬獨破受凍死亦足 내 집쯤이야 깨지고 얼어죽어도 좋을 것을-.
이 시는 古詩로 배행, 압운, 음률이 자유롭다. 7자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글자를 자유롭게 더하기도 하고, 압운도 압운자를 자유롭게 바꾸고 있다. 古時의 특징이다. 이 시대가 唐詩 전성시대였지만 고시, 악부시도 여전히 지어졌다. 내용으로 보면 서사적인 산문시에 가깝다.
두보의 시는 늘 진중, 침울, 애상, 사실적, 도덕적이었지만 이 시는 거기에 해학적인 감정까지도 실어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태풍에 지붕이 통째로 날아가버리고, 그마저도 애들이 훔쳐달아나 버리고, 지붕이 없어져 빗불이 스며들고, 애들이 이불을 찢어버리는 기막힌 현실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 기막힌 현실에서도 해학적인 장면과 불우한 선비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갈망하는 장면에서 그의 도덕군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가 감상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사표시였을까?
八月秋高 8월 가을하늘이 높다. 음력이니 그럴 수 있다. 风怒号 바람이 크게 불다. 가을 태풍인 듯.
卷 말아서. 바람에 날라가는 모습. 屋上 지붕. 三重茅 삼중으로 덮은 띠집. 두터운 지붕. 바람의 위력을 나타냄.
茅 띠, 飞渡江 강 건너로 날아갔다. 洒江郊 강 건너 마을로 떨어지다.
高者 높이 날아간 놈. 挂罥 걸리다. 长林梢 키 큰 나뭇가지.
下者 낮게 날아간 지붕. 飘转 휘돌아 날아가다. 沉塘坳 연못에 빠지다, 처박히다.
南村 남촌마을. 群童 꼬마들. 欺我老无力 늙은이를 비웃다. 깔보다.
忍能 저지르다, 끔찍하게도. 對面 눈 앞에서. 뻔뻔스럽게. 为盗賊 도둑질을 하다.
公然 대놓고. 抱 안다. 入竹去 대밭 속으로 도망가다.
唇焦 입술이 타다. 口燥 침이 마르다. 呼不得 소리칠 수도 없다, 소용없다.
歸来 돌아와서. 倚杖 지팡이 집고, 병약하니. 自叹息 탄식할 수밖에.
俄顷 얼마 안 되어, 이윽고. 风定 바람이 잦다. 云墨色 검은 구름.
秋天 가을하늘. 漠漠 막막, 아득히. 向昏黑 저물어간다. 어두워지다.
布衾 면 이불. 多年 오래되다. 낡은. 冷似铁 차갑기가 쇠, 오래 묵어 쇠처럼 딱딱하다.
嬌兒 귀여운 애들. 恶 얄빕다. 卧踏 마구 눕고 밟고. 里裂 속까지 찢어지다. 기막한 현실이 해학적으로 느껴진다.
床头 머리맡. 屋漏 지붕에서 새는 물. 无干处 마른 곳이 없다. 지붕이 없으니 다 젖다.
雨脚 빗줄기. 如麻 삼대같이 굵은 비. 未断绝 비가 그치지 않다. 비참한 모습.
自经丧乱 난리를 치른 후. 少睡眠 잠이 줄다. 불면증.
长夜 긴 밤. 沾湿 적시다. 何由彻 어떻게 밤을 지내나?
安 어떻게. 어찌하면. 得广厦千万间 넓고 큰 고대광실, 집을 얻어서.
大庇 모두 모아서, 모여서. 天下寒士 천하의 물우한 선비. 俱欢颜 모두 기쁜 얼굴로.
风雨 비바람. 不动 끄떡업는. 安如山 편안하기 산과 같다. 두보로서는 거의 망상에 가까운 희마사항이다. 윤리의식과 망상 사이에서 절망적인 해학성을 느낄 수 있음.
呜呼, 어허- 탄식. 何时 언제나. 眼前 눈 앞에. 突兀 우뚝 높이. 见此屋 이 집을 볼 수 있으리오?
吾庐独 내 집쯤이야. . 破 깨어지고 무너지다. 受冻死亦足 얼어죽어도 좋다. 도덕군자다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