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장소를 용산으로 잡은 것은 배신자와의 지리적 형평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오전 일과를 마무리하는 장소의 중간으로 딱이었다.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모두 지나간다는 점도 서로에게 유리했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저녁은 그만두고 낮술이나 먹기로 했다. 제3자의 추천을 받아 가게는 ‘오근내 닭갈비’로.
드라마 ‘나의 아저씨’로 유명한 땡땡거리에 있는 1호점, 이 아니라 굳이 몇 발자국 떨어진 2호점으로 향했다. 가게 자체로만 본다면 역사와 흔적, 그리고 드라마의 애뜻한 정취로 가득한 1호점을 갔어야 마땅했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가게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다. 1호점과 2호점은 각각 1시간 40분, 2시간이라는 식사 시간의 제약을 두고 있다. 규칙이라기보다는 부탁인데, 가게 앞 A4 용지에 ~해달라는 말투의 문구가 적혀있다. 후기 등을 찾아보면 이 시간이 지난다고 쫓아내지는 않지만 굉장한 눈치를 준다고.
낮술을 하는데 시간 제약이 있는 것 자체가 쥐약이긴 한지만 장소를 바꿀 순 없고, 그나마 20분이나마 더 버틸 수 있는 2호점을 택한 것인데, 금요일 점심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손님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지 못했다. 내내 자리는 절반밖에 차지 않았고, 막걸리를 비우다 보니 2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그 누구도 눈치를 주지는 않았다.
또 다른 이유는 더위다. 1호점은 아무래도 오래된 공간이다보니 냉방 설비가 잘 안 돼있다는 후기가 많았다. 환풍설비도 미흡해 연기가 많이 찼다는 이유로 주기적으로 문을 열고 닫아 더욱 덥다는 글도 있었고.
‘꿩 대신 닭’인지 ‘닭 대신 꿩’인지 하여간 오근내 닭갈비 2호점에서 시킨 닭갈비는 훌륭했다. 치즈는 참을 수 없었고, 쫄면도 추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사실 맛있지 않은 닭갈비를 먹은 기억은, 모 푸드코트에서뿐이긴 하지만, 여하튼 맛으로는 흠잡을 데 없다. 식전 음식 겸 시킨 감자 전병을 먹고 나니 쫄면 사리는 거의 먹지 못하고 남긴 게 아쉽긴 하지만.
배신자가 서둘러 계산하는 모습을 뒤로 한 채 나온 바깥은 여전히 덥고, 술기운은 적절히 올랐고, 그래도 온 김에 땡땡거리를 한 번 가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뒀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