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에서 신촌으로. 벙개 아닌 벙개 모임 장소를 급선회했다. 참석자의 프로필을 신중히 고려한 결정이다. '나홀로 이방인'이라는 상황도 꽤 재밌겠다는 개인적인 판단도.
대로변이라 바깥 시야가 확 트인 가게는, 또 좁은 골목의 초입이라는 점 때문에 자동차 경적이 시시때때로 울렸다.
서로 양보를 강요하다가는 끝내 쌍욕을 주고받는 꼴을 보고마는 것도 결국은 가게가 넓은 길과 좁은 길이 만나는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주인은 단골이었던 동행자들을 알아보진 못했지만 그들의 소속을 듣고서는 왠지 신나했다. '아, 그랬던 적이 있었지'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오랜 이야기를 술술 풀면서.
늘 고주망태로 갔던 가게라 맛은 보장(기억)하지 못한다, 는 밑밥에 기대를 낮춘 것도 있지만 회는 훌륭했다.
주인이 옛 정취에 젖어 특별히 신경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회는 딱 적당한 두께로 썰렸고 달달함이 감돌았다. 가격 대비 양도 푸짐.
"집 드나들듯 찾았던 골목이 너무 많이 바뀌어버렸다."
낯선 곳에서 내뱉는 A의 푸념에 나는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할 것들을 떠올렸다. 떠올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