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장소로 여의도 가양칼국수를 정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마침 마련된 자리에 나도 참석하게 됐는데 ‘여의도에서 보기로 했다’는 배신자2의 얘기에 왠지 이곳이 문득 떠올랐다.
번잡한 듯 한가한 여의도 대로변. 별다른 간판 없는 건물 지하에 있어 조용한 듯 하면서도 왁자지껄 사람들로 가득한 곳.
이런 모순과 의뭉스러움은 작별을 앞둔 배신자2와 닮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가양칼국수에 갈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어느 방향으로 자리를 잡느냐다.
미나리나 육수 같은 재료들을 제한 없이 가져올 수 있는 진열대 쪽에 앉는다면 수시로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할 수도 있다.
매콤하고 뜨뜻한 국물을 마시다보면 미나리를 쉴 새 없이 채운다. 그러다 보면 또 국물이 줄어드는데 그때는 육수를 리필해야 한다. 말 그대로 ‘무한 루프’다.
오늘은 동석자들에게 각자의 얘기들을 써보라고 요구했다.
“야근이 있다”면서도 술을 마다하지 않다가 자리를 뜬 L은 예외로 하고.
우스꽝스런 제안에 CW는 “그랬던 적이 있었다”며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를 회상했다. 배신자2는 "나는 사과를 먹진 않지만 사과를 주면 좋다'는 식의 모순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뚜렷이 수렴하지 않는 여러 문장들이 오고 갔지만, 동행자들은 ‘다음 기회’라는 덧없는 말과 함께 결국 어떠한 문장도 남기지 않았다.
흩뿌려지는 말들 사이에서 차라리 나는 얼마 전 읽은 문장을 떠올렸다.
“수많은 결속으로 생겨난 가지들 사이의 텅 빈 공간 때문에 눈송이는 가볍다. 그 공간으로 소리를 빨아들여 가두어서 실제로 주변을 고요하게 만든다.”(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