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 동생은 100일이 채 되기 전 고열을 앓았다. 폐렴 진단을 받고 부모가 찾은 곳은 아리랑 고개에 있는 한 점집이었다. 악령을 쫓기 위한 굿판을 벌이는 데는 500만 원이 필요했다. K의 집안 형편은 그만큼 좋지 못했다. "기독교는 한국 귀신을 싫어한다니 교회를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누군가의 제안에 부모는 교회를 찾았다. K의 동생을 위한 안수 기도를 한 다음날 체온은 '믿을 수 없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래 전 종교에 '귀의'한 K의 갑작스런 벙개에 충무로로 향했다. 자리 걱정은 없을 참치집 대신 자리가 없을 수도 있는 막회집에 가기로.
아파트 뒤편, 상가라기에는 외딴 곳에 있는 회집에서 운 좋게 딱 하나 남은 자리를 잡았다.
가을이 온 것인지 자리는 바깥부터 찼고, 실내에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서 우리는 막회를 시켰다.
대자와 중자는 단 3000원 차이. 대자를 시키지 않을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회 한 접시를 들고 온 주인(인지 종업원)은 양념장에 막회를 비벼주길 원하냐고 물었고, 뭘 몰라 주저하는 우리를 기다릴 만큼 가게는 한산하지 않았다.
돌아선 주인 뒤로 회 접시 옆에 새빨간 양념장 종지가 남았다.
회는 두 종류인데 청어와 가자미다. 회 자체도 비린내는 전혀 없고, 양념에 살짝 찍어먹으면 술안주로 더할 나위 없다.
무나 양파 등 채소들과 한 데 섞어 양이 얼핏 푸짐해보이지만 회를 한두 점 집다 보면 순식간에 접시가 빈다.
흥이 막 달아오른다 싶으면 빈 접시와 술병을 뒤로 한 채 자리를 옮기면 된다.
계산해봐야 알겠지만 술집 치고는 회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