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삼성 고마웠어
새로운 팀의 Hiring Manager와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심플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멋지게 수트를 차려 입고 머리도 넘겼건만, Hiring Manager는 본인이 비디오 콜이 준비가 안되었으니 폰 콜로 진행을 하자고 요청을 했습니다. 중간에 아이 목소리가 들려온 걸로 봐선, 아마도 재택근무 중에 잠시 짬을 내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너저분한 집과 본인의 누추한 모습을 차마 팀장으로서 보일 수는 없었나 봅니다.
필자는 가급적이면 onsite face-to-face 면접을 선호하고, 부득이하게 방문이 안되는 경우라면 video call로 진행하고자 노력합니다. phone call로 면접을 진행하면 나름 준비한 자료를 활용하며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단순히 목소리만으로 상대방과 교감하는 정도의 한계가 있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어실력과 상대방이 온전히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UCLA의 심리학 교수 Albert Mehrabian은 상대방에게 호감, 비호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에 대한 연구에서 7-38-55 법칙에 대해 말했습니다. 즉,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38%는 목소리의 톤, 55%는 화자의 body language와 얼굴로 전달되는 반면, word 자체로는 7%만이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아도, 최소한 face-to-face 면접을 했던 인터뷰의 경우가 phone call로만 진행했던 인터뷰에 비해서 이후의 추가 리크루팅 절차를 진행했던 확률이 더 높았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Hiring manager는 그동안 필자가 진행했던 인터뷰 중에 가장 영국식 영어의 원어민에 가까웠습니다. 이름이 영국식 이름은 아니었지만, 약 25년간의 사회 경력 중 8년이 넘는 아마존 근무 경력 이전에는 계속 영국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아 최소한 교포나 이민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럽 내에서도 영국인과 비영국인의 영어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아무리 영어를 편하게 사용하고 어릴 때부터 접해왔다고는 하지만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표현이나 발음이 좀 더 필자가 듣기에 친절(?) 한 편입니다.
필자는 영국 현지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영국식 영어를 보통 넷플릭스를 통해서 접하곤 했었고, 유럽에서 만난 친구들의 대부분이 구사하는 유럽식 영국 영어 혹은 남미식 미국 영어에 익숙한 편이었습니다. 즉, 모두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만 가능하면 명확하고 널리 통용되는 어구들로 이루어지는데, Hiring Manager의 경우 기본적으로 영국 원어민과 동일한 속도와 악센트로 진행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집중하느라 불편했지만, 이내 적응하고 인터뷰를 이어 나갔습니다. 우선적으로 팀에서 2개의 open position이 있는데 각각을 설명하고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가 확인을 먼저 했습니다.
그중의 한 포지션이 좀 더 필자의 경험과 적합해 보여서 '이 포지션이 나의 경력과 유사한 점이 많으니 더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라고 답변하자, '아니, 네가 하고 싶은 포지션이 뭔데?' 하고 다시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필자는 '해당 포지션이 경쟁력이 있을뿐더러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Hiring manager가 두 포지션 중에서 선호도에 맞게 필자에게 선택권을 주려는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직무에 관한 이야기 후에 다시 amazon의 지긋지긋한 Principal leadership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는데, 이 부분은 사실 썩 답변을 잘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hiring manager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필자가 그동안의 여러 인터뷰 과정과 리크루터, hiring manager들의 반응을 종합하여 나름대로의 추리를 한 바에 의하면, 첫 final panel interview 이후에 해당 팀에서 회의를 거쳐 상대 팀으로 채용하는 것을 이미 결정한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규팀 hiring manager와의 인터뷰에서 panel interview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이 평가는 이후 연봉 협상 과정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2개의 open position에 대해 설명하면서 선호도를 질문을 했을 때도 어느 정도는 이미 채용이 확정된 상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전 팀에서 신규팀으로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이미 어느 정도 채용이 확정된 상태였지만 해당 내용을 필자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이전 팀의 recruiter가 어느 정도 low ball을 통해서 필자에게 심리적 anchoring을 시도하는 걸 느꼈습니다. (연봉 협상 관련 포스팅을 통해 자세한 내용 확인이 가능합니다)
Hiring manager와의 인터뷰 이후 약 2시간 후에 리크루터로부터 salary expectation에 대해 물어보는 이메일을 받았고, 필자가 선제시를 요청하자 그럴 수 없다며 직접 market research를 해봐라 하더군요.
필자가 해당 메일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음날 메일로 전화 통화 요청을 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최종 인터뷰를 통과했다 축하한다며 기본적인 offer에 대한 금액을 제시했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되어 있던 필자는 축하한다는 그 인사말에 기쁨보다는 연봉 협상 시 전략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굳이 필자를 마음고생시켰다는 점에 약간의 불쾌함이 마음 한편에 생기더군요. 내용은 잘 알아들었고, 메일로 상세한 내용을 보내 주면 확인해서 답변을 주겠다고 간단히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순간이었는데 오히려 그 시점에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신경을 쏟고 긴장했던 탓인지 한순간에 피로가 몰려와서 뛸 듯이 기뻐하지 못했습니다. 약간의 멍한 상태로 휴식을 취하고, 가족에게 소식을 전한 후 이사 갈 집을 구경하던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실감이 되고 '아 진짜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나름 최초에 계획했던 구직 기간보다 짧은 시간 내에 이직을 성공할 수 있었고 이탈리아에서 룩셈부르크로 옮겨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참고로 채용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던 기존에 이미 인터뷰 일정을 잡았던 amazon 내 다른 포지션의 HR 담당자에게, 미안하지만 다른 포지션의 최종 오퍼를 받게 되어 우선 이 오퍼에 대해 고용계약 진행을 할지 말지 확정을 한 후 다른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맞을 것 같으니 인터뷰를 연기해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필자 나름의 친절을 베풀고자 했던 메일의 답변으로는 "이미 필자가 offer proposal을 받았기 때문에 기존에 예정되었던 인터뷰들은 자동적으로 취소가 되었다며 리크루터들은 한 번에 한 가지 포지션만을 진행하는 지원자를 선호한다"라더군요. 필자의 아주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필자는 프랑스 리크루터들과는 케미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