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강조하는 핵심 가치 중의 하나는 Day 1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Day 1의 마인드와 자세로, Day 2는 곧 후퇴, 쇠락을 의미하기에 Day 1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꼽으며 실제로 업무를 하면서도 자주 듣게 되는 말입니다.
필자의 경우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에 이직을 하게 되어, 입사 후의 기본 트레이닝이 Virtual Onboarding으로 이루어지던 시기였습니다.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지 않고 재택근무 중이었기 때문에, 필자의 매니저 역시 출근 첫날은 화상 미팅을 통해 orientation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미 룩셈부르크로 이사를 온 이후였고, 가능하면 첫 만남은 실제 대면으로 진행하기를 원했고, 또한 아마존 사무실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매니저에게 가능하다면 첫날은 직접 만나서 인사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고맙게도 매니저는 이를 받아들여줬습니다.
아마존에 입사해서 가장 먼저 하게 될 일은, 여타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사원증 발급을 위한 사진 촬영입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갑자기 사무실 한편의 의자에 앉아서 코앞에 있는 카메라를 말없이 응시하며 사진 찍기란 매번 너무나도 어색합니다. 사진의 결과물 역시도 늘 그렇듯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잠깐의 불편한 시간이 지나가고 사원증이 나오기까지 매니저와 함께 잠시 조직 구성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발급된 사원증을 가지고 자리를 편한 오픈 공간으로 옮겨 그곳에 앉아 매니저와 함께 컴퓨터 및 IT 네트워크 등 기본적인 세팅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면 IT 부서에서 알아서 설치하고 준비했을 작업들을 매니저와 함께 둘이서 하고 있자니 약간은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기본적인 장비 세팅도 완료가 되면, 그때 비로소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매니저는 메신저로 계속 연락하자면서 준비되어 있는 on-boarding program을 따라서 하면 된다며 그렇게 떠났습니다. 만난 지 불과 2시간도 되지 않아서.
혼자 덩그러니 남은 필자는 건물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돌아다녔고, 괜히 커피를 마시면서 사무실 창밖을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 사무실 건물에는 업무 관련 기기, 예컨대 각종 케이블, 잭, 마우스, 헤드셋, 키보드 등이 있는 자판기가 있는 데 그 자판기에 사원증을 태그 한 후 그냥 버튼을 눌러 뽑아가면 됩니다. 장비 욕심이 많은 필자는 보이는 것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 열심히 쇼핑을 했습니다.
하지만, 매니저가 그렇게 간단히 인사를 마무리하고 다시 본인의 업무를 하러 간 것은, 매니저가 불친절해서도 혹은 필자에게 무관심해서도 아닙니다. 아마존의 오리엔테이션 및 업무 적응 기간은 95% 정도의 수준은 자율에 맡겨집니다. 물론 on-boarding에 대해 이미 프로그램이 짜여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시기는 본인의 업무 분야에 대해 스스로 확인을 하여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요청하거나, 담당자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인 회사 가치와 운영 방식에 대한 것은 온라인 교육을 통해 이루어지며, 나머지 자신의 부서와 직무에 맞는 부분은 매니저와 협의하며 진행하는 데, 그마저도 매니저와 1주일에 한 번 정도 화상 회의를 할 뿐이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 됩니다. 또한, 내년 1월까지는 재택근무가 기본이기 때문에 출근 및 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지도 않을뿐더러 당연히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았다고 근태가 체크되지도 않습니다.
언뜻 들리기에는 굉장히 편하고 마냥 좋을 것만 같지만, 물론 이처럼 무한한 자율성 뒤에는 무서운 책임도 따르기 마련입니다. 새로이 왔다고 해서 누군가 붙어서 일대일로 가르쳐 주고, 도와줄 거라 생각하면 나중에 크게 후회하기 십상입니다. 입사 후 처음 몇 주간은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아서 확인하고 정의해 나가야 하는 시간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입사 후 첫 몇 주간 동안에 stakeholder와의 미팅을 본인이 직접 요청해서 약속을 잡고, 업무 협조를 어떻게 할지, 어떤 기대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하는 것이 주된 업무가 됩니다.
이러한 업무 방식은 개인적인 성향과도 많이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본인이 자율성을 가지고 혼자 일하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라면 큰 불편함이 없을 테지만, 만약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오더를 받아서 그 오더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스타일이라면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필자의 지인들은 입사 후 첫 몇 주간을 맘 편히 즐기라고, 곧 업무에 정신이 없어질 것이라 조언을 해주었지만, 사실 그렇게 맘 편하게 지낼 수만은 없는 기간임에 분명한 것 같습니다. 조만간 큰 폭풍이 밀어닥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