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phael Aug 18. 2020

자신의 말에 책임감을 느끼는 순간

개구리는 장난으로 던진 돌이 가장 무섭다


얼마 전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해외 취업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필자가 해외 석사와 취업을 준비했던 시기와는 다르게 요즘 재학생들은 해외 취업에 대해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 해외 취업에 대해 접할 기회도 많아지고, 지리적 제한도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강의는 당초에 예정되어 있던 2시간을 훌쩍 넘기고 거의 40여 분을 더 진행하고서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라도 더 전달해 주고자 하는 욕심이 컸던 탓인지 준비한 교안 자료가 정해진 시간 안에 다 소화하기에는 조금 빠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필자가 한국에 머무르고 있지 않았을뿐더러 코로나 상황을 반영하여 강의는 화상 미팅을 통해 진행하였는데, 2시간 30분을 넘게 혼자서 목청 높여 이야기하다 보니 강의의 마무리에 이르러서는 목이 조금 쉬었던 것 같아 전달이 제대로 되었을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강의에 참여한 학생들 중에는 1, 2학년들도 상당수 보였는데,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부터 취업을 준비하려는 자세가 좋아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 더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할 시기에 너무 빨리 '취업'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강의 과정에는 나서지 않고 중도를 지키는 혹은 겸손의 미덕을 배워온 대한민국 학생들로서 수업 시간에 절대 질문을 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필자도 익히 잘 알고 있고, 필자 또한 그러한 문화에 익숙했기 때문에 해외에서 석사 과정을 진행하면서 상당히 애를 먹은 기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시간 30여 분을 상호 작용을 통한 피드백이 없이 혼자 떠들다 보니 누구라도 나서서 도와주는 학생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내심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불현듯, 겸손함과 수동적인 자세의 다름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은 동의어가 아니라 충분히 양립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즉, 겸손하면서도 적극적일 수 있고, 수동적이면서도 겸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저학년들이 많은 강의였기 때문에 쌍방향의 소통이 다소 약했을 수 있지만, 우리 학생들이 조금 더 적극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강의에 참석한 멘티분들은 '해외 취업'을 목표로 하는 분들인데 어렸을 때부터 진짜 실력에 비해 자기 PR 능력이 뛰어난 (물론 둘 다 뛰어난 후보자들도 많습니다) 다른 나라의 후보자들과 경쟁을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어느 정도 철면피 습관을 들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강의 후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니 나름대로 도움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합니다.






필자는 동문 후배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에 최근 한 멘티분이 블로그에 직접 피드백을 남겨 주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멘티분들이 아직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고, 비즈니스 매너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것 역시 이해할 만한 사항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생기는 부분은 실제로 멘토링을 진행하다 보면 자신의 요청에 대한 도움을 받았을 때에 그에 대한 감사의 인사 혹은 피드백을 하는 멘티분들이 상당히 적다는 점입니다.

필자가 해외 취업 비법 부분에서 강조했었던 Thank you email과도 같은 맥락인 부분인데, 자신이 무언가를 요청하고 그에 대한 도움을 받았을 때는 반드시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본인이 무엇인가 도움을 요청하고 받는 입장이라면, email 대화 간의 마무리는 본인이 상대방에게 보내는 Thank you email로 마무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것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필자 입장에서도 멘티분들에게 제공해 준 조언들에 대해 실제로 적용이 되었는지, 그 효과는 어떠했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어떠한 부분인지 어떻게 보완하면 더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적용해나가야 더욱 양질의 꼭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는 강의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드백을 수용하려는 열린 마음은 준비되어 있으나, 피드백 자체를 받지 못해 아쉬운 적이 이따금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혹은 아무 피드백이 없는 것 역시도 피드백일까요.

멘티분의 "생각지도 못한" 상세하고 세심한 답변에 깜짝 놀랐다는 부분은 필자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든 부분이었습니다. 필자 이외에도 많은 멘토 분들이 현업에 종사하면서도 시간을 내서 멘토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해당 멘토링 프로그램이 경제적인 이익이 발생하는 활동이 아니다 보니 자칫 형식적이거나 소홀해질 수 있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멘토링의 본질을 멘티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멘토들이 전달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멘티분들에게는 가장 직접적이고 큰 영향력을 미치는 메시지 일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거나, 업무로 인해 피곤한 나머지 대충 던진 말 한마디가 조그만 정보나 조언이 너무나 절실한 멘티에게는 상처가 되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금전적인 혜택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활동이든, 자신이 원해서 참여하는 봉사활동이든지 간에 일단 본인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책임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자 스스로도 필자를 믿고 자신의 인생을 공유하는 멘티들의 소중한 믿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멘토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글: https://blog.naver.com/kimstarha]

매거진의 이전글 변화는 리스크가 아니다. 두려움이 진짜 리스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