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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Aug 23. 2020

고용 불안정 사회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철밥통도 녹슨다



최근 국내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21년 만에 최악", "실업자 114만 명" 등의 뉴스가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는 비단 코로나의 영향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악화 및 국내 실업률 상승 등의 단편적인 내용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전 세계적으로 근본적인 고용 체계 구조가 변화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도 이를 따라가는 모양새입니다.


해외 기업에 입사해서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되면 직급에 따라 보통 3~6개월 정도의 probation period 수습 기간이 주어집니다. 해당 기간 동안에 회사에서는 기업 문화, 업무 환경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하고, 개인적으로는 동료 관계 및 업무 숙지 등에 관해 ramp-up 하는 기회로 삼고, 최소한 이 기간 내에 근로 계약서에 명시된 본인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결과물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회사 차원에서 큰 법적인 문제 없이 고용된 임직원을 해고할 수 있습니다. 얼핏 들으면 상당히 냉정하고 무서운 이야기이지만, 회사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일정 비용이 임직원의 월급으로 지불이 되지만 약속된 결과물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계약 거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 어떤 식으로 해고 통보를 받을지 모른다는 고용 불안정에 대한 압박감과 불안감은 여전히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 체감하는 부분은 그 정도가 다른 것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고용 보장이 되지 않는 사회에서 앞으로 비정규 고용 사회로 계속해서 변화를 목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무한 경쟁의 불안정한 시장에서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자 할 것이고, 고정 비용은 최소화하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의 고용 체계 변화가 일어날 것인데, 이는 다만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대체적인 형태를 띠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필요한 업무에 대해 해당 역량을 가진 사람을 한시적으로 채용하여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새로운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 우리 스스로는 특정 회사 소속되기만을 한정하기 보다는 1인 기업 혹은 프리랜서로서 다양한 회사와의 계약을 맺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속된 결과물을 정해진 기간에 가져다 주기만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계약자가 복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안정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전 세대의 가치관을 기반으로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한 근로소득은 언제나 마음 한편에 부담으로 자리 잡는 것이 사실입니다. 당장 다음 달 월세와 아이 학비는 어떻게 지불하고, 생활비는 얼마나 남았는지 등에 대해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걱정부터 앞서는 것은 항상 유쾌한 경험만은 아닙니다. 이러한 불안감의 극복 해결책으로 흔히 국내에서 많은 이들이 대안으로 찾는 것이 공무원인 것 같습니다. 고용 불안정의 불안감에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수많은 청춘들을 철밥통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새로운 고용 체계의 변화를 맞이하면서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불안감, 두려움과 함께 그 이면의 기회를 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즉, 이러한 전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나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전의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에서, 자신 스스로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아 기업과 기업 간의 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는 지금 바로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미도, 곧바로 창업을 시작하라는 권유도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회사를 재직 중이라면 그 안에서 자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규명하고 그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유명 회사를 다녔다는 사실만으로 혹은 회사에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여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본인 스스로가 인생과 커리어, 브랜드 가치를 주도적으로 설계하여 쌓아나가야 할 시기라는 것입니다. 목표의 높고 낮음과, 성과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자신만의 인생 로드맵을 추구해나가는 것이야말로 고용 불안정의 시기에 가장 적합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원글: https://blog.naver.com/kimstarh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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