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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Aug 29. 2020

버스에서 역방향의 좌석에 앉으면 생기는 일

feat. 멀미

룩셈부르크 버스 색깔은 어린이 눈높이


유럽 시내의 버스나 트램은 좌석이 정방향과 역방향으로 서로 마주 보게 앉도록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제법 많은 편입니다. 필자는 정방향의 좌석이 남아 있더라도 의도적으로 역방향의 좌석에 앉는 걸 선호합니다. 역방향의 좌석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마치 어릴 적 형 뒤에 서로 등을 맞대고 자전거를 진행 방향과 반대인 뒤로 타던 느낌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창밖의 풍경입니다. 매일 같은 길을 반복해서 왕복했던 출근길이라도 시선을 앞에서 뒤로 옮김으로써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선은 지루한 출근길을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즐거운 마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또한,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상점이 보이기도 하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살구나무가 심어져 있다는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다채로운 창밖 풍경과 버스 내부에 앉은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 표정과 행동이 재미있어, 잠시나마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역방향 좌석에서의 시선


그러나 무엇보다, 더 신기한 것은 정방향으로 앉아서 갈 때보다 오히려 내가 지나오는 길을 바라보면서 내가 어디를 지나왔는지 더 선명하게 기억이 나고,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현재 나의 위치가 더욱 명확히 인식되는 것이었습니다.


본인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삶은 분명히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일 것입니다. 앞을 향해 나아가며 장애물을 맞닥뜨리고 그 장애물을 헤쳐 나가는 과정 또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 즐거운 여정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잠시나마 주변을 둘러보는 겨를도 없고,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없다면 과연 그 목표를 이루어 나간다는 것이 우리의 인생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끔은 본인의 주변은 어떠한 지 살펴보고, 지나온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봄으로써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다시금 확인해보는 삶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하루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시내버스에 USB 단자 제공의 친절함


[원글: https://blog.naver.com/kimstarh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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