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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자 김선생 Oct 12. 2023

호재가 호재가 아닐 수도 있다고?

[경제적 자유를 찾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흔히 부동산 투자자들이 호재라고 생각하는 요소는 교통, 일자리 증가, 주거 환경 개선(재개발·재건축), 학군 설립, 편의시설 증대(영화관, 백화점, 병원, 대형마트) 등이 있습니다. 최근 뉴스나 부동산 관련 매체에서 자주 등장하는 GTX가 대표적인 호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호재를 좋아합니다. 주택의 여건이 좋아지면서 살기 편해지고, 수요를 증가시키기도 하면서 가격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따라서 부동산 매수를 고려하는 투자자가 해당 물건에 호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호재는 분명 주거 여건상 해당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부동산 투자에서 호재가 주는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투자하려는 부동산의 시장 분위기나 시점에 따라 호재는 호재일 수도, 호재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호재는 입지나 시장 흐름보다 우선될 수 없다

  부동산에 아파트를 보러 가면, 중개업자가 물건에 대해 설명할 때 빠뜨리지 않고 언급하는 것이 호재입니다. 나보다 부동산을 훨씬 잘 알고 있는 중개인의 유창한 설명을 듣다 보면,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혹하기가 쉽습니다. 중개인이 호재를 나에게 설명해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순수하게 매수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정보를 알려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중개를 성사시켜 얻게 될 경제적 이득이 주된 이유일 가능성이 큽니다.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하는 부분은 입지와 수요·공급에 따른 시장의 분위기와 흐름입니다. 호재는 이보다 우선된 가격상승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매수하려는 부동산에 호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을 판단의 중심 근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는데, 다시 한번 이성적으로 잘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부동산 수요가 떨어지는 침체기에도 호재가 흐름을 이기고 가격 상승을 견인할 힘이 있을까요?



  호재가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은 크게 인식, 진행, 완료의 3단계로 나누어집니다. 이것을 기준으로 사례를 보며 호재와 시세 흐름의 연관성을 한 번 살펴봅시다.



위의 두 아파트는 각각 정자역, 미금역의 역세권 아파트로, 신분당선이 개통되는 호재가 있는 단지였습니다. 정자역과 미금역의 개발과정을 3단계의 시점으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에서 알 수 있듯, 정자역과 미금역의 신분당선 관련 개발 사업 시기는 약 7년 정도 차이를 보입니다. 아래는 두 아파트의 시세 변화 그래프입니다.



그래프의 화살표가 나타내는 부분은 각각 호재가 인식, 진행, 완료되는 시점을 순서대로 표시한 것입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가격이 상승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하락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두 아파트의 시세 변화를 살펴보면, 호재가 적용되는 시점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유사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통 호재가 아파트 시세에 눈에 띄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내가 알고 있으면 남들도 다 알고 있다

  만약 어떤 아파트의 의미 있는 가격상승을 가져올 대형 호재가 발생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부동산을 어느 시점에 매수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정답은 호재 발생 이전입니다. 호재가 가격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는 호재로 인한 가격상승을 모두 취할 수 있고, 설령 상황이 잘못되어 상승분을 반납한다고 해도 손해는 볼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미래의 일을 미리 알 수는 없으므로 이 타이밍에 호재를 고려하며 매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호재를 보고 매수를 결심한 투자자라면 인식, 진행, 완료의 시점 중 어딘가에서 사야 합니다. 수익을 얻기 위해선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는 인식의 초기에 매수해야 할 텐데,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는 그 짧은 시점에 매수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한 번 생각해 봅시다. 가장 처음 호재를 알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해당 아파트에서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 거주자들일 것입니다.


  내가 알고 있으면 남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이미 호재는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순간부터 시세에 먼저 반영된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지역의 다른 아파트 시세 변화와 비교하며 이미 선반영이 된 가격인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뒤늦게 이미 올라버린 가격에 매수한 사람은 오히려 호재가 없는 부동산을 사느니만 못한 결과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호재도 결국은 불확실성

  사람들이 부동산 매수를 고려할 정도로 좋아할 만한 호재는 무엇일까요? 생활의 여건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주거·교통 환경 개선과 같은 대형 개발일 것입니다. 버스 노선이 몇 개 추가되거나 주변에 병원 하나가 들어온다고 해서 부동산을 사지는 않겠죠. 가격을 이끌어줄 수요를 불러오는 호재는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개발에서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는 것은 불확실성이 커짐을 의미합니다. 대형 규모의 개발은 재원마련, 개발이익 검토 등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하여 갑자기 착공 전 사업의 방향이 틀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사고 등으로 취소되기도 하며, 준공 시점도 예상부터 10년 이상을 바라보며 예정보다 연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은 호재가 확실한 상승 요인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매수하려는 부동산에 호재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만 투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호재는 공식이 아닌 가격상승을 위한 하나의 재료나 촉매로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호재가 있으니 오를 것이다.’라는 생각은 상당히 단순한 사고 과정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호재가 정말 가격에 영향을 줄 것인지, 이미 호재가 반영된 가격은 아닌지 생각해 보고, 재료의 영향이 미미하거나 이미 사라진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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