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를 찾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부동산의 시세를 판단할 때, 가격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적절한 아파트의 가격을 마음속에 정해 두고, 그 가격보다 비싸면 부동산 시장이 이상한 것이고 비정상적으로 오른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식이죠. 하지만 이런 감정적인 사고방식은 돈을 버는 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부동산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비싼 가격이었으며 정상이 아니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던 사람 중 이득보다 손해를 본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일 것입니다.
부동산의 가격을 가장 크게 움직이는 요소는 우리의 감정이 아닌 수요와 공급입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희소가치가 있는 자산은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이 더 많으면 가격은 내려가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천만 원을 훌쩍 넘는 명품가방에 대해 감정적으로는 비정상적인 가격이라고 느끼지만, 이성적으로는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이 그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낱 몇십 평짜리 콘크리트 덩이의 가격이 정상이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내려와 모든 사람이 만족하며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감정적으로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수요와 공급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감정은 합리적인 판단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요와 공급은 어떻게 읽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수요공급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예측해 볼 수 있는 힌트는 청약경쟁률, 인구증감, 공급량, 전세가, 거래량의 5가지가 있습니다.
1. 청약경쟁률
청약은 새집을 정해진 가격(분양가)에 분양받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하다면 청약경쟁률은 높아지고, 시세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비싼 가격이라고 여겨질 때 경쟁률은 줄어들죠. 청약경쟁률과 수요는 비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청약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면 부동산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그렇지 않으면 수요와 함께 희소가치가 줄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미분양이 증가하는 지역이 있다면 그 지역의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부동산 가격은 상승을 멈추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2. 인구증감
사람이 10명, 집이 10채라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므로 가격은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사람 수가 15명으로 늘어나면 집의 가격은 상승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수요가 더 많아져 희소가치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부동산 투자에서 인구의 변화는 수요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됩니다. 지역 내 인구가 늘어 수요가 증가한다면 가격이 상승할 확률은 높아집니다.
인구 변화의 원인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출산과 사망의 비율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간 가구의 이동입니다. 이 중에서 단기적으로 부동산의 가격을 움직이는 것은 지역 간 이동이다. 부동산은 개인이 아닌 가구를 단위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저출산이 문제인 오늘날에는 전체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므로 부동산도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2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당장 일어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가 곧바로 부동산 수요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덧붙이자면 이혼을 해도 집은 하나 더 필요해집니다. 출산율보다는 가구 수의 변화에 집중하도록 하는 편이 좋습니다.
3. 공급량
이번엔 사람 수의 변화 없이 집만 15채로 늘어났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번엔 공급이 늘어나 희소성이 낮아졌으므로 가격이 하락할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이처럼 공급은 가격에 반비례합니다.
수요와 달리 공급은 파악이 어렵지 않습니다. 집은 당장 하루 이틀 만에 찍어낼 수가 없는 물건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해서 갑자기 공급을 늘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입주 예정인 아파트의 수를 파악하면 가까운 미래의 공급량 변화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공급량을 수요와 비교하여 가격의 방향이 어디로 갈 것인지 생각해 보면 됩니다.
다른 요소에 비해 공급량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생각된다면, 투자에 있어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수요가 공급을 소화해 내기 어려울 것 같은 상황이라면 청약을 통해 상대적으로 더 매력 있는 새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특히 지방 부동산의 경우 공급을 받아줄 수요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더욱 공급량 증가에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어떤지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4. 전세가
전세는 집을 소유하지 않고 사용하는 방법으로, 전세가의 상승은 실거주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거주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만약 지역 내에서 전체적으로 전세가가 올라가거나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찾아온 것은 아닌지 체크해 보아야 합니다. 상승장에서는 매매가가 전세가를 끌어올리고, 하락장에서는 전세가가 매매가를 끌어내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5. 거래량
부동산은 매수보다 매도가 더 어렵습니다. 매수는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이미 나와 있는 물건을 사는 것이지만, 매도는 매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호가는 파는 사람이 부를 수 있지만, 그것을 살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매수자입니다. 거래량이 많다는 것은 곧 수요와 공급이 서로 원하는 가격에서 만나 활발히 거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거래량이 많은 상황에서 매도자들은 ‘현재 시세에서도 수요가 받쳐주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점점 호가를 올려 시세를 상승시킵니다.(매도자 우위) 그러다가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돌아서면서 공급자들의 호가는 그대로인 상태로 줄다리기를 시작하게 되면 거래량이 줄어들게 되죠. 즉 거래량이 줄었다는 것은 매수 수요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매도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물건을 던지게 되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게 되는 것입니다.(매수자 우위)
부동산 가격 변동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기 위해선, 이처럼 다양한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대출·세금 규제나 임대 관련 정책 변화 등 시장 외 변수로 인해 일시적으로 전세가나 거래량의 흐름이 영향을 받는 시기도 있으므로, 외적인 요소로 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는지 함께 체크해 보면서 다섯 가지 지표를 총체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정보를 얻기가 쉬워 부동산 관련 사이트나 어플 등에서 설명한 내용과 관련된 여러 지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미래를 읽을 수는 없으므로 정확한 타이밍이나 방향은 읽기가 어렵지만, 앞으로 상승할 확률이 높은지 하락할 확률이 높은지는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위 지표들을 참고하여 매수하려는 지역의 시장 분위기가 어떤지 확인해 보도록 합시다. 수요와 공급은 부동산의 가격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