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를 찾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비교적 큰 액수의 대출을 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대출을 하러 은행을 찾아가면 은행은 고객에게 다양한 증빙자료를 요구합니다. 이때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하다 보면 상당히 복잡하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대출이 실행되기 전까지 고객의 소득은 어떠한지, 부채 상환능력에 문제는 없는지, 담보로 이용하고자 하는 물건이 무엇이고 해당 물건에 하자가 없는지 등 까다로운 심사가 필요합니다.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당연히 납득이 가는 부분이긴 합니다. 은행은 자선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안전하게 상환할 수 있는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수익을 만드는 것이 은행이 대출을 운용하는 목적입니다. 오히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상당한 액수의 돈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친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돈을 빌리는 우리의 입장에서 스스로 성실하게 상환할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과정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뿐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이런 불편함 없이 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은행이 있다면 어떨까요? 복잡한 서류를 준비하거나, 신용등급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빌릴 돈에 대한 담보가 필요하지도 않으며, 정해진 기간 내에 갚기만 한다면 이자도 받지 않는 그런 은행 말입니다. 얼핏 듣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 같겠지만 이런 은행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은행의 이름은 바로 ‘부동산’입니다. 부동산을 이용하여 은행처럼 사용하면 됩니다.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출이 필요할 때는 전세
전세는 임차인의 ‘주거 공간 확보’와 임대인의 ‘단기간 융통할 자금’이라는 목적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성립되는 일종의 거래입니다. 임대인은 전세제도를 통해 정해진 기간 동안 세입자에게 소유한 부동산을 빌려주고 보증금을 받습니다. 보통은 적은 금액으로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 전세를 이용하지만, 집주인은 이를 대출처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는 열심히 대출금을 갚아두고, 2~4년 이내에 갚을 수 있는 목돈이 필요한 때가 오면 전세를 통해 들어온 보증금의 일부를 사용하면 됩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예비자금 등으로 특별한 목적 없이 통장에서 놀고 있는 현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되고, 필요한 때가 오면 이자 부담 없이 유연하게 돈을 융통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계약 기간 동안 갚을 수 있을 만한 금액만큼만 활용하여 임차인과 얼굴 붉히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합니다. 나의 돈이 소중한 만큼 남의 돈도 소중한 법입니다.
-이자를 받고 싶다면 월세
특별히 목돈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면 매달 나오는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이럴 때는 월세를 예·적금처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을 임대하여 받는 월세로 이자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소유한 부동산의 대출금이 있다면 월세로 원리금을 갚아 이자 지출을 줄여 현금흐름을 늘릴 수 있고, 대출이 적거나 없는 경우라면 월세를 받을 때마다 이를 저축하거나 다른 곳에 투자할 자금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위의 방법이 ‘은행에 현금을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동산으로 은행을 만드는 방법은 ‘시세차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의 예·적금, 대출을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적금은 정해진 이율에 따라 이자를 받을 뿐 원금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반면 부동산은 그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갈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면 소유한 부동산은행의 덩치는 더 커지게 됩니다. 그에 따라 전세가격을 올리면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고, 월세가격을 올리게 된다면 이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장기적으로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의 가격은 오를 것이라는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시중 은행을 사용하는 방법 외에 부동산을 통해 더욱 유연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나만의 은행을 만드는 것도 좋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부동산은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든든하게 여러분을 지켜주는 조력자가 되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