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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자 김선생 Oct 20. 2023

주식은 동업이다

[경제적 자유를 찾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코로나 이후로 우리 주변에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습니다. 주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여준 팬데믹이라는 계기 자체는 반갑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변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생산하고 새롭게 창조해 내는 것을 돕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업은 투자받은 자본을 이용하여 열심히 사업을 하고,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자와 공유하며, 이는 또다시 새로운 투자나 소비로 이어져 기업의 생산성을 높입니다. 이런 선순환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분명 개인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일입니다.     


  기업과 투자자 간의 선순환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올바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상당히 위태로워 보이는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가끔 주변에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주가가 한창 고공행진 중인 인기가 많은 주식을 따라 들어가거나,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무엇을 팔고 있는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신기하리만큼 많습니다. 제가 보았던 가장 신기한 투자는 회사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시작한 투자였습니다. 물론 똑똑하게 투자하고 있는 훌륭한 투자자도 많지만, 그 이상으로 안타까운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투자 문화는 아직 갈길이 상당히 멀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투자란 무엇일까요?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주식에 대해 설명할 때, '주식은 동업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누가 언제 처음으로 사용한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식이라는 자산의 본질적 의미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습니다. 주식 투자를 쉽게 이해하려면 내가 동업을 하려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됩니다. 아래의 물음을 읽고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생각해 봅시다.


Q. 당신의 통장에는 특별한 목적이 없는 돈 1억이 있다. 그것을 알게 된 주변 사람 중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A가 찾아왔다. A는 자신에게 대박 아이템이 있는데 마침 사업 자금으로 1억이 부족하니 자신을 믿고 사업에 투자해 볼 것을 제안했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A는 당신과 가장 친하게 지내는 아주 오래된 친구이다.)


  이 질문에 대해 여러분이라면 어떤 판단을 하시겠습니까? 흔쾌히 투자를 결정하실 건가요? 아니면 정중히 거절하실 건가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선택은 '우선 들어보고 결정한다.'입니다. A가 이야기하는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살펴본 뒤에, 그 내용에 동의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 무슨 사업을 하고 싶은 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투자를 결정할 수도, 친구를 뜯어말릴 수도 없습니다. A의 사업이 망하기 딱 좋은 스타트업인지, 소비자의 돈을 쓸어 담을 유니콘인지 그것에 대하여 들어보지 않고는 알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사업에 대해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는 선택을 했다면, 어떤 내용을 알고 싶으신가요? 금세 머릿속에 알고 싶은 내용을 한 두 가지 정도는 떠올렸을 겁니다. 어떤 아이템인지, 그것이 대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게 왜 돈이 되는지, A가 그것을 성공시킬 만한 재능이 있는지와 같은 것들 말입니다. 별로 어렵지는 않지만 투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들입니다. 아마 이런 내용들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꽤 괜찮은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A의 설명에 치명적인 오류는 없는지 생각해 보며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는 등 여러분은 몇 날 며칠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될 것입니다. 1억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하면 뭔가 비밀스러운 대단한 정보나 현란한 스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비범함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위의 질문에서 당신이 생각했던 아주 기본적인 고민들입니다. 주식 투자는 나의 돈을 기업에게 맡기는 대가로 사업을 공유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사업이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파는지, 어떻게 돈을 벌어들일 생각인지, 사람들이 지갑을 열어줄 것인지, 몇 년 뒤에도 여전히 팔리고 있을 것인지와 같은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한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기업이 돈을 잘 벌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면 그때 투자를 결정하면 됩니다. 오랜 친구와 동업을 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듯이 생각해 보는 과정을 통해 투자한다면, 투자로 인한 후회스러운 결정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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