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스트레스를 이기는 마음챙김 기록습관 2가지

직장인의 기록 루틴

by 아코더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화날 때 활약하는 빨간색 버럭이와 기쁨으로 살아가는 파란색 조이가 내 머릿속에서 서로 싸운다. 초록색 슬픔이도 찾아와 눈물샘을 콕콕 찌르며 견고한 마음의 성을 무너뜨린다. 일터에서 하루를 보내며 부딪히는 문제와 그 해결과정 속에서 버럭이, 조이, 슬픔이, 소심이 그리고 나머지 감정을 담당하는 무리들은 서로 바쁘게 움직인다.




병에는 약이 필요하다


말랑한 정신으로 출근했다가도 하루 최소 8시간을 이리저리 치이며 보낸 후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며 퇴근한다. 쿠크다스 멘탈을 장착한 사회초년생 시절, 처음 만난 사람과 낯선 환경에서 모르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조심조심하다가도 급발진하여 실수를 연발할 때면 자존감이 후드득 떨어지고 멘탈은 손 쓸 새 없이 바스러졌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야근일기’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짤막한 일기를 썼다. 나에겐 늘 새로웠던 하루를 버티며 느낀 어려움을 이웃공개 글로 쏟아낼 때, 쓰린 상처에 연고를 바르는 것 같았다. 냉정과 열정을 오가며 상처 받은 그 순간을 복기한다. 야근일기를 쓰면서도 마음은 쓰렸지만 쓰지 않으면 곪아 버리는 마음의 병이었다.


퇴근 후 집에 와서도 불쑥 불쑥 상처 받은 순간들이 떠오른다. 핸드폰을 들고는 관심을 다른 곳에 쏟아 구린 마음을 걷어 내려 노력한다.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소화기로 끄기 위해 뒤척인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된 나는 괜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나타나는 영상에 ‘관심 없음’을 누르거나 뉴스 기사를 읽다가도 별안간 안 누르던 ‘화나요’를 꾸욱 누르는 이상 행동을 한다.

이불을 덮고 누워 '악!' 하고 소리 질러도 개운하지도 달래 지지도 않은 마음에는 치료가 필요했다.



입 밖으로 꺼내자니 상황을 모르는 채 듣는 이에게는 득이 되지 않을 터. 테두리친 나만의 공간에 툭 던져보기로 했다. 밤 10시, 11시. 늦은 밤에 퇴근을 하며 매일 퇴근시간과 야근 이유에 대한 기록 했다. 대략 50일간 이어나간 글자들은 하나 같이 축 쳐져 있었다.


즐거운 내용이 있었다면 며칠 연속 밤 10시 넘도록 야근하다가 어느 하루 밤 8시에 퇴근했을 때 좋다고 쓴 날이었다. 일기에 쓸 말은 무한했지만 체력이 안되어 자세히 담지 못했다.


일 자체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 차라리 쉽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더욱 복잡 미묘하다. 말은 아다르고 어달라서 의도치 않게 내뱉은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받았다.





저를 지치게 하는 분들은 '야근 일기'로 모십니다


잔잔한 호수 같은 내 마음에 돌덩이를 던진 꼰대 부장님이 있었다. 주식으로 돈을 벌어 돈비가 내린다고 어지간히 자랑하던 부장님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안물안궁’이라는 가사가 링딩동의 리듬에 얹혀 내적 BGM으로 깔린다. 그러던 부장님의 펀드가 반토막이 났단다.


'하이고! 꼬시다 꼬셔. 이걸 어디다 이야기하지?' 하는 글을 '야근 일기'에 쓴다.


냄새나는 일 안 하는 과장, 이기려 드는 후배가 잘 지내던 내 하루에 등장한다. 일로 엮인 사이에서 새우등이 터져 억울한 날,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음에도 밤늦게 까지 눈치 보며 야근하는 날도 있었다.


야근시간이 곧 회사에 대한 충성도나 일의 성과와 비례하던 시대는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되며 막을 내렸다. 이후 야근일기 카테고리는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따금씩 그 기록을 들춰볼 때면 사원이었던 내 모습이 철없어 보이기도 해서 '아휴, 그때 혼날 만도 하다.' 하는 생각이 든다. 욕했던 상사가 한 행동을 문득 내가 하는 건 아닌지, 상처 주는 말을 내가 동료에게 한 건 아닌지를 돌아보게 한다. 기록하지 않았으면 몰랐던 것들이다. 한편을 꺼내 두자면 이렇다.


퇴근시간: 10시 반쯤

야근이유: 밥도 안 먹고 사실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점심시간에 밖에 산보 나가지 않았더라면 오늘 꽃가루가 그렇게 많이 날렸다는 걸 알지 못했겠지.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다. 배고프고 힘들었지만 집에 오니 다 풀린다. 쿨하게 대충 성과품을 던지고 싶었지만 졸리는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내일은 좀 나아질까? 나아지자. 동전파스 여기저기 붙이고 꿀잠 자야겠다. 잘 될 거야 힘내자.


일터에 하루 8시간을 꼬박 있는 만큼 직장 내 일기는 꾸준하지 않아도 없어서는 안 되는 기록이다. 사람들과 부대껴가며 험담을 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기에 누구에게도 할 수 없지만 털어놓고 싶은 속 이야기를 조용히 남겨야 했다. 종이에 쓰기에는 종이가 아깝고, 공개글로 블로그에 쓰기에는 독자들의 시간을 뺏는 기록이지만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기록이었다. 회사 스트레스로 죽음의 문턱을 넘은 사람들도 만약 스스로 마음 챙기며 기록했다면 어쩌면 그들의 생명을 구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삐죽 나온다.






야근일기로 배출하고 성경쓰기로 희석했다.


떠날 수 없는 삶의 현장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기록이었다. 안 좋은 것들이 잔뜩 들어찬 마음을 해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앞서 소개한 야근일기로 뱉어내는 배출이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것으로 시선을 옮기는 희석이다.



<쉬운 우리말 성경>을 펴서 잠언집을 하루 한 장씩 읽고 마음에 와 닿는 한 두 구절을 일기장에 적었다. 꼭 성경이 아니어도 불교라면 <불경>을 무종교라면 <논어>나 <니체의 말>도 좋겠다. 마음을 다스려줄 책 한 권을 곁에 두고 미끄러지듯 잘 써지는 필감 좋은 펜으로 써갈 때 남을 미워하는 마음, 나를 깎아내리는 해로운 마음들이 희석된다.





과거의 나를 반추하고 현재의 나를 바로 세우는 마음챙김 기록은 어제 보다 나은 어른으로 만들어준다. 다이어트로 예쁜 몸매를 만들면 옷맵시가 좋아지듯 마음챙김 기록으로 가다듬으면 마음 씀씀이가 좋아진다. 오늘도 마음 균형을 위해 마음챙김 기록을 해보자. 누구도 볼 수 없게 테두리 쳐 둔 공간 안에 구린 마음을 분리수거 해 두면 어느새 정돈된 정원으로 가꿔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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