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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Apr 08. 2021

꿀과 물엿의 티키타카

김여사네 단맛을 책임질 조미료는 바로~~~


김여사네 찻장 안에는 톰과 제리 만큼이나 시끄러운 둘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꿀과 물엿.

각자 어울리는 자리가 다름에도, 단맛 끝판왕을 차지하겠다고 으르렁대는데요.


먼저 단맛 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넋두리


달다구리로는 를 최고로 알았던 여사님이었는데 속도 모르고 꾸덕 댔어요. 철이 없었죠. 여사님은 끝내 물엿을 들였어요. 꿀보다 점도가 낮아 덜 꾸덕한 물엿. 언제부터 단맛 낸다고 나타났는지 질투가 나요.


프라이팬 위에서 작렬히 볶인 잔멸치에 물엿을 빙빙 돌려가며 짜넣는 김여사님. 찻장에 남아 우두커니 저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존감이  떨어져요. 또르르... 


설탕 오빠야 그러려니 해요. 수더분해서 잘 흩어지는 편인데 어떤 요리에 투입되도 단맛을 은은히 면서도 감칠맛나게 어우러들죠. 물론 양이 중요하지만요.


근데 뭐, 물엿요? 이름도 완전.... 삐~~ 


저 녀석, 반질반질 윤기 내면서도 보기보다 찐득하않더라구. 제 짝사랑인 고추장 오빠를 언제 꼬셨는지 둘이 떡볶이 속에서 엉키면 캐미 폭발이라 아주 샘나. 나에겐 없는 걸 다 가졌다구요. 엉엉엉. 뒷방 늙은이가 된 심정이랄까요.


물엿, 저 녀석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들으셨죠? 쌀, 보리, 옥수수, 고구마 있잖아요. 전분 가득해서 먹으면 살찌는 거요. 그걸 원료로 해요.  



방앗간에서 온 물엿의 항변


맞아요.


꿀 언니가 산에 지은 벌집으로부터 왔다면 저 물엿은 들에 익은 곡식에서 왔답니다. 곡식과 엿기름을 끈적끈적한 감미료로 정제하면 단맛 조미료의 여왕! 저, 물엿이 만들어져요.


달콤한 맛이 진하고 멸치볶음에도 생선요리에도 들어가 깔쌈하게 코팅해주는 저, 물엿! 후투루 마투루 물엿이 최고 아니겠어요?  


아참! 저희가 멤버쉽을 받는 곳이 있어요. 바로 시장에 즐비한 떡볶이 포장마차들 이죠. 매콤 달콤해서 고추장이랑 물엿의 환상적 콜라보레이션! 시장 떡볶이, 한번도 안 먹어보신 분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보신 분은 없겠죠?




마트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제 친구들은 물처럼 투명한 색부터 진한 갈색까지 종류가 다양해요. 요즘 '올리고당', '요리당'이라는 귀요미들옆자리를 차지하는데 은근 신경 쓰여요. 그래도 뭐, 친하게 지내보려구요. 


근데  언니 요.

딴 건 모르겠는데 영어 이름은 좀 샘나요.

허니~~ Honey~♡ 라니. 사랑스럽지 않나요?


아니지! 그래도 꿀 먹으면 돼지 된다구요. 꿀꿀꿀!



네거티브 대마왕


허이구. 저 수다쟁이 물엿이 어디서 말장난을 하네요. 꿀돼지! 귀엽지 않아요?  이름을 가지고 놀리려고 하나본데, 어림 없죠.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를 바라볼 때 그러잖아요.

"꿀 떨어진다~~♡" 

그뿐인가요. 핫한 허벅지를 가리켜 '꿀벅지'라고 하죠.


꿀조합, 꿀팁 그리고 개꿀 까지. 젊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며 사랑받고 있으니 제 이름을 꿀이라 지어준 누군가에게 감사해요.


이름에서도 달콤함이 뚝뚝 떨어지는 저를 영어로 부르실 때는 허니 Honey, 스페인에서는 미엘 Miel을 찾아주세요!




그래도 네거티브 전략을  생각은 없어요. 아시죠 꿀의 품격. 꿀은 급이 달라요. 오랜 전통을 자랑하죠. 그리스 제신(諸神)들의 식량이었구요. 로마인은 꿀을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로 여겼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비옥한 지방인 가나안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묘사 해요. '젖과 물엿이 흐르는 땅'이라고 한다면 어쩐지 밍밍할 것 같지 않나요?



뛰는 꿀 위에 나는 물엿


어머! 은근슬쩍 네거티브하는 꿀 보세요!! 그래 봐야 소용없어요.  영자언니가 종결해주니까요.

콩자반에 물엿은 메이크업이다.
- 이영자, <편스토랑>


아시겠어요?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화룡점정으로 저를 한 스푼 딱 넣으면 윤기내면서도 당도도 높이는 저 물엿은 영자언니도 인정한 요리의 파운데이션 이라구요.


김여사님이 찾으시네! 맛탕을 하시려나봐요.

꿀 언니는 뜨끈한 물에 들어가서 사우나라 하라지요. 이만 오늘의 손님 고구마를 만나러 갑니다.


쉿! 사우나 얘기한 건 여러분과 저만 아는 비밀이에요. 언니가 뜨거운 물에 들어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또 만나요~!



 

내일, 위즈덤 작가님은 '확신'과 '소신'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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