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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Jun 17. 2021

태양은 하루에 두 번 시간을 가른다


새벽 닭의 울음소리를 알림시계 삼아, 태양은 출근 준비를 한다. 해수면 아래에서 일출 준비를 마친 태양은 약속한 시간에 일어나 하루종일 세상을 어루만지다 때가 되면 묵묵히 사라진다.


해가 뜨고 질 때 지구와 맞닿는 각도가 좁아 지면서 태양 빛은 산란하며 긴 파장의 붉은 빛만이 남아 하늘을 물들인다. 그렇게 하루에 두 번, 태양은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시간을 선물한다.   





서쪽으로 지는 해, 일몰


태양이 차츰 사라져 갈 때 하늘에 크림치즈 바른듯 떠 있는 구름 위로 옅은 분홍빛을 드리운다. 구름 색깔이 하얄수록 핑크소금 처럼 맑은 빛을 선보인다. 푸른 하늘에 붉게 타오른 태양은 매일 정직하게 하루와 작별한다.



일몰은 낭만을 바라는 이에게 주는 신의 선물이다. 금오름에서 찬 공기를 이겨내며 바라본 노을은 제주 여행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일몰을 바라볼 때면 현생의 피로는 잊혀지고 때로는 조금 서글퍼진다.


시간의 흐름이 만드는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서서 넋을 놓고 바라보다 보면 태양은 야속하게 사라진다. 저녁과 밤을 가르는 시간, 태양 해수면 너머로 스스로 사라지고 고요한 달과 별의 시간으로 전환한다. 침실의 불을 끄듯 세상의 빛을 On 에서 Off 로 향하기 위해 태양은 서쪽바다로 숨는다.






동쪽에서 뜨는 해, 일출


일출은 매일 찾아 오지만 따끈한 새 달력을 시작하는 새해 일출은 지금껏 본 적이 없다. 12월 31일이면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갔다가 집에 오면 마침 연기대상 수상자가 발표 되었고, 시뻘건 토끼눈으로 수상 소감까지 보다보면 새벽 1시가 꼭 넘었다. 그렇게 1월 1일 깊은 새벽에 뒤숭숭한 마음으로 잠들면 새해 첫날 일출은 꼭 놓치고 말았다.



일출은 부지런히 아침을 연 이에게 주는 신의 선물이다. 차가운 새벽 공기 틈에 해수면 위로 떠오르는 크고 둥근해를 바라보면 새로운 하루를 향한 희망찬 결의가 든다. 동쪽 하늘에서 어스름히 떠오르는 태양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새 날의 시작을 알린다.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떠오르는 해를 담았다. 일출을 바라보니 절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났다! 면 거짓말이다. 아침잠에 못 이겨 일출의 아름다움만 쏙 골라 보고는 이내 온기가 남은 이불 속으로 숨어버렸다. 부지런한 이에게 주어지는 기운찬 일출이 여전히 부러울 따름.



태양은 하루에 두 번 시간을 붉게 가르며

여러 감정을 선물한다. 일몰 맛집을 찾아 보러 갈 것 없이 서쪽을 향해 눈을 돌리기만 해도 일몰의 무드를, 일출 맛집을 찾아 떠날 것 없이 동쪽 새벽 공기 틈에서 일출의 무드를 느낄 수 있다.


일출과 일몰은 풍경도 멋지지만 그 시간은 하늘의 무드를 바꾸며 마음을 어떻게든 렁이게 한다. 매일 두 번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태양은 같은 자리에서 당신이 바라만 봐주기를 한결같이 기다린다.



내일, 위즈덤 작가님은 '청소'와 '정리'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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