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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Feb 05. 2022

나 글쓰기 좋아하네

최근 브런치에 뜸한 브런치 작가들을 위한 그리고 나를 위한


12월부터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연말부터 지금까지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퇴근 후 집에 걸어가는 길에는 마치 빨간 뜨개실타래를 회사 책상 위에 올려놓고 실타래에서 나온 빨간 실 한가닥이 내 머리카락에 묶여서 두피를 잡아당기는 듯했다. 그로 인해 집에 가는 길에서 마저 회사일이 생각나서 "으악!! 회사 일 꺼져!!!" 하고 길에서 돌연 소리 지르기도 했다. (마스크를 썼으니 다행이다)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 쓰는 시간과 에너지는 확보하던 나였는데 어느덧 회사일이 나를 잠식해 버렸다.




에세이 공모전 출품을 위해 에세이를 써 볼까 다짐했으나, 각 잡고 앉아 글을 쓰려고 모니터를 바라보니 자꾸만 비장해지는 마음이 손가락을 굳게 했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걸 써야겠다는 생각에 문구류 관련 포스팅을 신나게 블로그에 올렸다. 쓰고 싶은 글을 쓸 때 역시 타자 소리가 가장 경쾌하다. 금 쓰는 이 글도 '쓰고 싶은 마음'을 쓰고 싶어서 쓰니 타자 속도가 빨라진다.



로지텍 K380으로 타자를 칠 때는 마치 치킨 튀기는 소리가 난다. 치킨 튀기는 이 소리를 계속 내다보면 (글을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 이 소리가 정말로 치킨 튀겨지는 소리가 되어서 우리 집에 '띵동!' 하고 치킨을 배달받는 경우가 생긴다는 걸 나는 안다. 한 마디로 내 글이 치킨값을 벌어 준다는 얘기다.


직장인이 생각할 수 있는 부수입 중에 단연 효자종목은 글쓰기다. <모든 것이 되는 법>에서 작가는 일을 돈과 연결 지으라 한다. 의외의 주장이었다. 돈을 의식하지 말라고 주장할 줄 알았는데 그는 돈, 의미 그리고 다양성을 강했고, 책 전반부에 걸쳐 그 이유를 설명한다.


<모든 것이 되는 법> 에 쓰인 '물 만난 물고기처럼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이 언제냐는 물음에 순간 '아! 나 글쓰기 좋아했지.'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정신없이 집에 와서 기운이 떨어지더라도 꼭 글은 썼다. 바로 일기장에 말이다. 책상에 굴러다니는 펜 아무거나 집어다가 몰스킨 노트에 그야말로 갈겼다. 그렇지만 일기장에 혼자 쓰는 행위로부터의 즐거움은 글을 '발행'하는 데서 얻는 기쁨과는 결이 다르다. 일기장에 쓰다 보면 이따금 이 글을 언젠가 정제해서 브런치에 발행하겠다는 생각이 샘솟기도 했다.



예전에 쓴 브런치 글의 공유수가 늘거나 카카오뷰에 큐레이팅 해 새로이 올린 글의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 때, 회사 일로 늙어가는 직장인의 미간 주름은 쫙쫙 펴진다. 앞으로도 쓰고 싶은 글이 많다. 특히 회사 일과 관련된 을 많이 쓰고 싶다. 그리하여 이 글의 궁극적인 의도는 커리어에 대한 글을 앞으로 발행하겠다는 선언이며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는 인사임과 동시에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음을 확인하며 피곤해도 쓰자는 의지의 박제이다.



한 편의 글을 완성했을 때의 기쁨은 마치 내가 직접 스케치하고 채색한 1000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퍼즐을 완성할 때의 기쁨과 비슷한 결을 갖는다. 나, 그 기분 참 좋아하는데, 한동안 나사 빠진 채 살아서 리셋하는 마음으로 머릿속에 풀어진 볼트 너트를 렌치로 단단히 조여 본다.



우리,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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