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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Jan 19. 2022

눈 오는 겨울날로부터의 사색

자기 몸 만한 롱패딩 입은 조카

어린아이는 자기 몸 크기 만한 눈 모으기 집게를 들고 눈을 모은다. 눈 사람을 만들 만큼 눈을 모으고 싶지만, 어쩐지 마음처럼 안된다. 그렇다더라도 눈 내리는 하늘은  보는 풍경이 아니기에 그저 신나서 콩콩 뛰고 깔깔 웃는다.




공사장의 인부들은 눈 오는 날이 고달프다. 완공일이 꽉 막혔으므로, 오늘 따뜻한 방에서 쉰다고 행복하지 않다. 오늘치 땀까지 내일 흘려야 한다. 평소보다 미끄러운 바닥과 더 차가워진 철제 자제들이 주는 사소한 스트레스는 저녁에 마실 막걸리를 더 달게 한다.



글라스 타워에서 유리 창문 너머로 펄펄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직장인은 '우산 없음'과 '지옥철'을 걱정한다. 훈훈한 장판 위에 몸을 누이고 푹신한 이불로 몸을 감싸는 상상을 하며 퇴근시간을 기다린다. 오후 6시, 퇴근 시간이다. 눈 오는 날에는 왠지 일찍 집에 가도 된다는 넉넉한 기운이 돈다.



나이마다 상황마다 눈 오는 날을 다르게 감각한다. 눈 내리는 날 가장 행복한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린아이가 압도적인 행복을 느낄 터. 눈을 밟은 신발에서 나오는 구정물로 꾸질꾸질한 지하철 바닥보다, 맑고 하얀 눈을 처음 경험한 아이가 되었음을 상상한다. 머릿속 감정 세포들이 철가루처럼 행복의 극으로 달라붙게 하는 것은 실로 간단하다. 눈 내린 다음 날의 맑은 하늘을 상상하며 방바닥의 온기로 따뜻해진 이불을 목 끝까지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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