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실망, 그래도 희망

퇴사해도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

by 아코더

기술사 자격증 필기 시험을 마치고 희망회로를 돌리며 가채점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점수가 매겨진다면 몇 점 정도 나올거라 예상하며 합격의 희망회로를 돌렸다. 수능 끝난 고3처럼 마음이 홀가분하면서도 기대감이 가득했고 기대감의 크기만큼 하루는 느리게 흘러갔다. 5G 시대인데 이렇게 채점이 늦게 발표나다니, 발표일이 다가올 수록 시험 생각이 자꾸 나서 잠이 안 왔다.


합격자 발표 당일 9시, 회사 화장실에 가서 초조한 마음을 안고 큐넷 어플을 켰다. 수험자들의 동시 접속으로 버벅거리는 큐넷 사이트를 뚫고 들어가 합격자 발표 조회 버튼을 클릭했고, 예상했던 점수보다 조금 높은 점수로 필기 합격한 사실을 확인했다. 각 교시 별로 채점 점수가 나오고 총합 60점 넘어야 합격인데 가채점했던 것과 조금 달랐지만 어찌됐든 합격이었다. 그간의 불안이 이렇게 허무하게 해소되다니! 그동안 연습했던 답안지들을 찢어버리며 합격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후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불합격이었다. 기술사 면접시험은 면접관에게 넙죽 절만 올리면 합격이라는 통설은 사실이 아니었다. 아쉬운 점수 차로 떨어졌고 면접 날을 다시 떠올려봐도 도통 결과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치만 평가는 냉정했다. 면접날을 차분히 복기 하며 내가 답하기 어려웠던 개념들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고 나의 점수를 받아들였다.


1년이 흘러 전년도 보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면접 시험을 치뤘고, 나는 또 회사 화장실에서 합격 사실을 확인했다.


택배가 늦어지면 택배가 오기를 기다리다가도 막상 언박싱 하며 느끼는 기쁨은 풍선 바람 빠지듯 슉 하고 사그라든다. 합격의 기쁨도 마찬가지였다. 코인투자로 성과급만큼의 돈을 벌었다는 사람보다 기술사를 땄다는 사람이 더 부러웠고, 더는 부러워 하는 사람이 아닌 부러움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최종 합격을 고대했지만 막상 그 기쁨은 수첩형 자격증을 품에 안은 날 최고점을 찍고 사그라들었다.


기대하던 일이 마침내 이뤄지면 곧 허무함이 찾아들지만, 기대하던 성취를 바탕으로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면 퍼석했던 삶이 한층 기름지게 된다. 초등학교 걸스카우트 시절 어떤 성취를 이뤘을 때 걸스카우트 단복에 성취를 증명하는 뱃지(표장)를 달게 된다. 자격증 또한 직업인으로서 작은 성취의 증명이며 이는 기술직 직장생활을 이어가는데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해주었다. 기대에 따른 기쁨은 순간적으로 사그라들지만 희망은 핸드폰 보조 배터리마냥 에너지를 오래 유지하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연차가 쌓여 진급대상자에 올랐을 때는 회사가 진급 여부를 결정하고 통보한다. 진급에는 회사기여도나 상사 눈치, 줄 잘서는 정치적 태세 따위가 결정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순수 100% 자력으로 이룰 수 있는 성취가 아니다. 반면 독립적인 노력만으로 얻은 직업적 성취는 희망이라는 에너지로 전환되어 회사업무에서는 능동적인 자세를 갖게 되고 언제든 퇴사해도 되는 사람에 한걸음 더 가깝게 해주리라 믿는다. 다시, 나의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뱃지를 얻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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