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공간은 좁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데스크테리어는 무한하다. 우선 정면에 보이는 벽부터 살펴본다. 고개를 들었을 때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공간이 바로 벽면이다. 머리 식힐 겸 멍 때리면서 바라보는 이 공간에 작은엽서 3장을 붙여 꾸며 두었다.엽서를 살 때 받은 비닐지를 벗기지 않고 액자삼아 고대로 투명 테이프로 벽에 붙였다.
첫번째는 고양이다방 이라는 일러스트 작가가 그린 고양이 엽서다. 카카오프렌즈 춘식이 캐릭터 같은 밝은 갈색 털의 치즈냥이가 노트북을 바라보고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의자 뒤에는 침대가 있고 왼편에는 서랍장이 있는 것이 꼭 나의 집현전과 닮아서 집현전 벽면에 처음 들였다. 스탠드 조명에서 책상을 비추는 빛, 치즈냥이가 하얀 손으로 쥔 음료캔 등 책상에서의 내 모습과 닮은 그림을 바라보며 잠시 멍을 잡는다.
두번째 그림엽서는 Ourboyandgirl이라는 일러스트 작가 전시회 때 구매했다.전시를 보며 좋았던 엽서를 하나 골라왔는데 전시장에서의 감동이 계속해서 집까지 이어졌다. 책상에 앉은 커트머리 여성이차를 마시며 쉬는 그림으로 오렌지빛, 노랑, 연두 등 따뜻한 계열의 색이채워져 있다. 책상에 앉아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뇌를 잠시 쉬게 해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때마다 온색 그림을 보며 차도 한 잔 마시고 숨을 고른다.
세번째 그림엽서는 꽃. 역시 온색계열이다. 크림베이지 색 코튼 이불과 유리화병에 담긴 머스타드색 장미와 코랄색 장미. 가로 9센티 세로 9센티인 작은 사진엽서를 처음 망원동의 한 문구점에서 보았을 때, 나는 바로 지갑을 열었고 집에 오는 동안 집현전 벽에 붙일 걸 상상했다. 이 작은 엽서를 발견했을 때 느꼈던 기쁨이 얼마나 크던지!이렇게 하나둘씩 내 취향을 책상에 들인다.
색깔마다 사람에게 주는 에너지가 다르고 나와 잘 맞는 색깔도 사람마다 다르다. 영화 '엘리멘탈'에서 물 캐릭터인 남자주인공 웨이드와 불 캐릭터인 여주인공앰버가서로 사랑하게 된다. 물과 불이 손을 맞잡는 장면을 보고 느꼈다. 여름에 태어나 게자리인 나는 물의 성질이 있어서 따뜻한 색감을 좋아하나 보다 하고 말이다.
집현전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건 내가 좋아하는 책과 문구류로 가득하고, 나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벽면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거나 모니터를 바라보며 잠시 눈이 피로 해졌을 때, 벽면에 붙은 엽서로 시선을 옮기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게 된다. 때론 그저 책상 앞에 앉아 그 엽서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갤러리에 온 마냥 힐링이 된다. 소소한 행복은 작은 차이에서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삶 속에서 하나하나 시도해보며 배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