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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Aug 29. 2023

세뱃돈 받으면 키링 다섯 개 살 거야

작지만 소중한 물건들


책상이라는 작지만 거대한 우주를 여행할 때의 묘미는 이 작은 공간에서 손 뻗을 때 닿는 행복이다. 엄지손가락 만한 작은 물건이지만 행복감을 주는 물건 세 가지를 소개한다.



1. 키링

어렸을 때 우리집은 단독주택이었다. 대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 마당에서 목줄에 묶인 채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흰순이와 인사한 다음, 다섯 걸음쯤 걸으면 바로 현관문이 있었는데 그 문을 또 다른 열쇠로 열고 들어간다. 집 열쇠 2개를 링으로 엮어서 늘 목걸이에 대롱대롱 걸고 다녔다. 친구들 대부분이 열쇠목걸이를 걸고 다녔고 핑크 노랑 형광 고무줄(룰라끈이라고 한다)을 엮어 열쇠고리 장식으로 만들기도 했다. 현관문이 비밀번호로 잠구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열쇠고리는 그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 최근에 '키링'이 학생들 사이에서 핫한 아이템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설날에 부모님 댁에 갔다가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뒷자리에 앉은 학생 두 명이 세뱃돈으로 키링을 다섯 개 사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도대체 키링이 뭘까. 텐바이텐 어플로 '키링'을 검색하니 어찌나 많이 나오던지 한참을 스크롤을 내려야 했다. 그중에 나도 마음에 드는 키링을 하나 골라 구입했다. 도대체 어떤 감각이길래 저렇게 유행일까 나도 한번 해봐야지 하고 구입했다. PVC 노트 커버에 미니 펀치로 구멍을 뚫고 키링을 걸었다. 아!! 이거로구나. 자꾸만 키링을 바라보게 되는 이 블랙홀 같은 매력. 나때(?)는 형광 고무줄로 엮은 키링만도 예뻤는데 요즘은 일러스트 작가들이 어찌나 오밀조밀 귀여운 키링을 선보이는지. 맘 같아서는 백팩에다가 걸고 다니고도 싶었지만 그렇게 까지 하기에는 사회적 체면이 있어서리... 는 아니고. 아무튼 이 사랑스러운 키링을 보노라니 왜 세뱃돈으로 키링 다섯 개를 사겠다고 학생들이 이야기했는지 이해가 갔다.


2. 아크릴 집게

즘 트렌드의 선두주자는 다이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없는 게 없는 다이소에서 얼마 전 출시한 아크릴집게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이렇게 고퀄리티의 아크릴집게를 만들어주시다니요. 이러면 또 안 살 수가 없는데... 아크릴집게의 용도는 뭐냐 물으신다면 사실 이것도 이렇다 할 용도라기보다는 그저 예쁘고 사랑스러움이 사야 하는 이유의 팔할이다. '서울일러스트페어'에서 보게 된 '이릇'이라는 일러스트 작가의 아크릴 집게를 처음 사게 되었다. 붉은색 리본을 머리에 두른 캐릭터가 파란색 연필을 통통한 팔로 쥐고 있는데 ,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 이 물건을 가져야 할 이유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 우리 집으로 가자. 가져오고서 본래 생각했던 용도(다이어리 쓸 때 종이를 잡아주는), 로는 거의 쓰지 않고 그저 감상하는 용도로 쓴다. 가끔 집게질을 딱딱 아크릴 집게만의 그립감이 있어서 내심 사길 잘했다 하고 뿌듯해한다. 그러나 엄마가 책상 위에 있는 이 집게를 보면 말할 것이다. 도대체 이 물건을 어디에 쓰려고 샀느냐고. 안 쓸 거면 서랍에 넣어두라고.


3. 날짜 스탬프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 이 물건은 앞선 두 개 아이템보다는 조금 더 고차원 적인 기능을 한다. 날짜를 돌려 맞춘 다음 잉크패드에 톡톡 묻혀 일기장에 도장을 쾅 찍는다. 필수 다꾸템 중 하나인 이 날짜스탬프는 어찌나 똑소리가 나는지 날짜를 맞추고 도장을 찍으면 도도히 자리로 돌아간다. 영화 토이스토리에서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에서 처럼 책상 위 작은 물건들도 만약 내가 출근을 하면 막 움직인다고 상상해 본다. 그러면 날짜 스탬프는 아마도 똑똑하고 까칠한 성격을 가졌을 것 같다.



무지개가 뜬 하늘을 바라보며 퇴근하는 길, 이 장면도 집에 가서 책상에 앉아 일기장에 끄적여야지 하고 생각한다. 키링이 달려 있는 일기장을 펴서 캐릭터 아크릴 집게를 야무지게 달고 날짜스탬프로 오늘 하루를 꾸욱 찍는다. 사각사각 만년필로 일기를 쓰면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다 하고 뿌듯함을 느낀다. 퇴근 후 이 시간이 너무 좋아 이 밤이 가는 것이 아깝다. 회사에서 일을 더 후다닥 빨리 끝내고 집에 와서 조금이라도 더 내 책상 공간에 와 앉아 있고 싶다. 회사에서 속 시끄러운 일들이 많았지만 크게 심호흡하며 오늘 나의 하루를 집현전에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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