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월요병을 앓고 숨차게 달려가다 보면 내일이 금요일인 목요일이 와서 행복하고 금요일엔 가장 행복한 직장인이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식탁에 태블릿PC를 올려놓고 유튜브를 보며 저녁을 먹는다. 우리나라 유튜버들은 어찌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은지 봐도 봐도 봐야 할 것들이 나온다. 그렇게 한참을 보다 보면 허리가 아파서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본다. 그런데 재밌게도 유튜브에서 봤던 걸 또 보는 일이 생긴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안 본 영상이라 생각하고 다시 본다. 책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왠지 어디선가 읽어봄직 하다 싶어 도서관 대출현황을 찾아보면 대출을 했던 책이다. 심하면 책장에 꽂혀 있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하여 읽은 책들과 유튜브에서 본영상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아! 기록해 두지 않아서 그렇구나.'
유튜브 재생 목록을 만들어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을 만큼 좋았던 영상들은 스크랩했고 봤던 영상 중 영감을 얻은 것들은 노트에 기록했다. 주로 봤던 영상은 우기부기, 각종 노트를 쓰는 해외 노트 유튜브 Seaweed Kisses, 이상커플의 블로그 이야기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유진 변호사님의 채널 등 기록에 대한 채널이나 자기계발 혹은 그냥 알고리즘에 따른 영상들이었다. 기록은 하고 싶은데 한 권의 노트에 하기 애매하여 우선 바인더 노트에 끄적여 두었다. 그렇게 콘텐츠를 소비하던 내가 이를 기록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러한 기록은 나로부터 나온 콘텐츠가 아닌 남으로부터 얻은 콘텐츠의 수집이었다. 여러 콘텐츠를 수집하고 소비하다 보니 나도 무언가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럴싸하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나라고 못할쏘냐!' 하는 생각이 나를 에워쌌다.
신입사원 시절 한참 우쿨렐레를 배웠다. 시간은 남고 할 것은 없는데 놀고 싶은 신입사원 시절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자 배우기 시작했다. 출근할 때 우쿨렐레를 어깨에 매고 퇴근후 우쿨렐레 모임에 가서 배우곤 했는데 처음 만난 사람들이 어색하고 모임에 정을 붙이지 못하면서 점점 모임에 가기가 꺼려졌다. 그러던 와중 어떤 블로그를 통해 본인이 직접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연주 영상을 보며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쿨렐레를 치며 20대 여린 감성의 보이스로 불러 재끼는 모습을 찍어 블로그에 올려봤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 아마 그 때쯤이 아니었을까. 그 블로그가 아니었다면 나를 영상을 만들고 기록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만들지 못했을 것 같아 감사하다. 그렇게 시작한 우쿨렐레 연주 영상 녹화는 피아노 연주 영상 포스팅으로 이어졌다.
흥 많았던 유년시절, 악기 다루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혼자 아파트 상가에 있는 피아노 학원 원장님과 상담을 하고 피아노 학원 등록을 하고 왔다며 엄마한테 피아노 학원 원비봉투를 내밀었다. 그 이후로 교회에서 어깨너머로 피아노를 배우곤 했다. 천부적인 재능이나 피아노로 밥 벌어 먹고 살아야 겠다는 열정은 없었기에 피아니스트의 꿈은 진작 넣어뒀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취업 후 독립하여 자취방에 가장 먼저 들인 가전 제품이 디지털피아노 였다. 그만큼 피아노에 대한 사랑이 마음 속 깊이 있었다. 디지털피아노를 사고 보니 의자가 없어서 식탁 의자를 갖다놓고 앉아 밤새도록 피아노를 쳤다. 이문세의 광화문연가를 연주한 영상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때 올린 영상을 보고 피아노를 구입처 공식 블로그에서 연락이 왔다. 그 영상을 퍼가는 것을 동의해 주면 피아노 관련 액세서리를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옳다커니 하고 피아노 의자를 받았는데 나의 예술을 담은 기록을 통해 얻은 작지만 소중한 금전적인 첫 성과였다. 피아노 악보만 볼 줄 알았을 뿐이었는데 연주 영상을 틀리지 않고 찍기 위해 연습하고 직접 녹화해서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처럼 훌륭한 실력은 아니지만 만약 그 영상을 포스팅 하지 않았더라면 그 의자를 피아노 구입처로부터 선물 받는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