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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우 Oct 13. 2018

295일 동안의 명상, 달리기, 근력운동 기록

 2018년 새해 다짐을 돌아보며


<2016년 새해 다짐 : 일주일에 5회 15분 명상 하겠다!>

2015년 12월 28일에서 29일로 넘어가던 밤. 친구들과 강변역 8번 포장마차에서 미리 새해 다짐을 공유했었다. 비디오에서와 같이 나는 소주 1.5병에 눈이 반쯤 풀린 채로 일주일에 5번 이상 15분 명상을 다짐했다. 


오늘 날짜는 2018년 10월 7일이다. 2016년 새해 다짐은 일주일 정도 간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 솔직히 기억도 나지 않는다.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현재와 가까이 와서. 2017년 12월의 나는 다시 새해 다짐을 하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게 했다. X를 Y만큼 하겠다기보다는, 매일 자기 전에 X를 했는지 안 했는지, 했다면 얼마만큼 어떻게 했는지만을 기록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달리기를 기록했고, 다음에는 명상, 그리고 근력 운동의 내용을 차례차례 google spreadsheet에 기록했다.


명상은 자기 전 시간을 이용했고, 회사 점심시간 짬을 이용해서 근력운동을 해왔다. 달리기는 일찍 퇴근하면 집에서 가까운 석촌호수를 달리곤 했고, 어떨 때는 회사에서 집까지 뛰어가기도 했다. 에어비앤비 트립과 룰루레몬에서 달리기 클래스를 하면서 게스트 분들과 천천히 달리기도 했다. “풀 마라톤 X분 안에 완주!”한다거나, “5km Y분 안에 완주!”한다는 목표는 없었다. 그저 의식적으로 숨을 쉬는 것에서 평정을 유지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달리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몸을 단련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아무런 목표 없이 매일 1시간 이상, 많게는 3시간을 쓰는 게 소모적으로 느껴졌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그 목표에 가까워가는 나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목표를 정하게 전에, 일단 지금까지 어느 정도 꾸준히 해왔는지 정리해봤다.

<2018년 명상, 달리기, 근력운동 현황>


굳이 퍼센트를 0.1 자리까지 쓴 이유는, 달리기를 거의 격일로 했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매주 적어도 4일 이상은 달린 줄 알았는데! 조금 실망했다. 그래프로 보면 이렇다.

<올해 1월 9일부터의 명상 기록: 7월 중에 20분 명상한 날은 아침에 10분, 저녁에 10분 했다. 8월부터는 했는지, 안 했는지 만을 점검했다>


<작년 12월 14일부터의 달리기 기록: 5월 휴가와 9월 추석 휴가 때는 달리기를 잊은 것이 확 보인다. 쉴 때는 맘 편하게 쉰다.그래도 갈수록 거리와 시간이 늘어간 것이 뿌듯>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달린 날들이 적게 느껴지는 것은, 달리거나 운동을 하고 나서 바로 적지 않은 날 중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은 날들은 무조건 0으로 기록해 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변명. 기억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은 것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마음먹은 만큼 많이 달리지 않았고, 근력 운동도 꾸준히 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지만, 지금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기도 하다. 큰 목표 없이도 명상과 달리기를 50%에 가깝게 해왔다는 것과 격일마다 뛰었을 뿐인데도 지금 나가도 10km를 40분 안에 가뿐히 뛸 수는 있는 체력이다. 


달리기 대회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많이 나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번해에 나갔던 대회 중, 제주 트레일 러닝 36km에서 중간 지점까지는 10위 안에 들어 있었고 (중간 지점 돌고 나서 알바를 4번 하고 무릎이 나가서 15km를 걸었다), 8월 인제 스파르탄 레이스에서는 슈퍼 엘리트 6위를 했었다 (트레일 길이 확인 안 하고 무리해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긴 했지만). 

<8월 인제 스파르탄 레이스: 달리다가 다리에서 쥐가 난 적은 처음이다>
<2시간이나 걸릴줄이야... 레이스 도중에 배고팠다.>

11월에 회사를 옮기고 나면서 부 터 거의 매주 인바디를 찍었는데, 체지방은 평균 6.5%를 유지했다. 가끔 달리기에 대한 조언을 물으시면서, 살 빼고 싶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나는 살 빼고 싶으면 근력운동을 하라고 추천한다. 나의 기록을 보아도 달리기를 많이 하면 체지방이 늘고, 근력운동을 더 하면 체지방이 줄어드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달리기를 시작하면 몸이 민감해지고, 민감한 몸은 과식을 스스로 하려 하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되긴 한다).


링크를 달아둔 google spreadsheet을 보면 알겠지만, 달리는 거리나 속도는 그다지 늘거나 빨라지지 않았다. 20km 이상을 뛰면 평균 속도가 5.3분/km 정도이고, 5km는 빨리 뛰면 20분 이하다. 


근력 운동도 그다지 변화는 없다. 풀업은 세트당 최대 반복 횟수가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6~8회 정도다(물론, 자세가 더 많이 좋아지긴 했다). 매일 같은 방식으로, 목표 없이, 너무 쉽지도 않고, 너무 힘들지도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하다 보니, 당연히 성장할 리 없다. 그저 몸이 가장 편한 상태에서 머무르고 있다. 물론, 나름의 건강과 좋은 체력은 유지되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느낌이 온 것은 이유가 있었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시기가 왔다. 목표를 설정하는 데에는, 대략 2주, 많게는 4주 정도의 시간을 주려 한다. 섣불리 세우고 달려가기보다는, 지금까지 기록한 것들을 찬찬히 보면서 왜 명상/달리기/운동을 하는지 생각해보고,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그리려 한다. 그리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코치를 구하고 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달리기 코치가 있는데, 그분께 도움을 요청했다. 10월 중순, 말까지는, 똑같이 마음 내키는 대로 달리고, 명상하고, 풀업 바에 매달리려 한다.


김성우


*ps. 글은 10/3에 처음 쓰고, 이것 저것 고쳐 본다고 하면서 그냥 내버려두다 이제야 올립니다.


<케냐 마라토너들은 천천히 뛴다> (PUBLY)

@sung. woo.kimm

#석촌호수명상달리기트립 : https://tinyurl.com/MeditateRunLake

#서울숲맨발달리기트립 : https://tinyurl.com/BarefootRunningSeoulForest



용어 정리


*명상: ‘있는 그대로 본다'는 의미를 가진 위파사나 명상법으로 명상을 한다. 2011년 시카고에 있는 위파사나 명상센터에서 10일 코스에서 배웠다. 눈을 감고 의식을 호흡에만 집중한다. 이때, 단전호흡을 하면 좋다. ‘명상'하면 생각이 들지 않는 무념무상 상태를 많이들 이야기하고, 쉽지 않다. 생각은 무조건 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생각을 있는 그대로 본다. 그리고 의식은 다시 호흡으로 온다. 그런 연습을 하다 보면, 맑아지고 차분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은 참 좋은 상태다. 명상과 호흡은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기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명상에 대해서는 조금씩 계속 써보기로.


**달리기: ‘한발, 한발 내디디면서 움직이는 동작’이라고 간단히 생각한다. 걷기와 비교했을 때, 두 발이 지면에 동시에 닿아 있는 순간이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달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시리즈로 정리를 해보기로 한다. 


***근력운동: 근육에 적당한 자극을 줘서 더 쓸모 있는 근육으로 발전하게 돕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팔 굽혀 펴기, 스쿼트, 피스톨 등이 있다. 근력운동에 대해서도, 곧  정리를 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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