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3
강물 속에 노니는 석양이 날이 저물고 있음을 알려 줍니다.
곧 하루 일과 마치고 ‘산너머로 돌아갈 것이니 나 좀 봐다오.’ 하며 멋짐을 자랑합니다.
저도 퇴근 시간이 다가옴 느끼며 마지막 라운딩 합니다.
1호방 수선화님이 시비 걸어옵니다.
‘일몰 증후군’ 활동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내 돈 가져와 그거 우리 집 판 돈이야 내가 그 집 살 때 얼마나 힘들게 샀는 줄 알아? 그러니 빨리 내놔” 고래고래 소리치십니다.
“니가 가져가는 거 다 봤어. 경찰 부르기 전에 어서 가져와”
‘제가 안 가져갔어요’ 하는 대꾸는 너무도 식상하고 뻔한 대답이라 이젠 통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다른 말로 응대할 표현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냥 가만히 바라보고 웃어 드립니다.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도도희 데려와 나 그 애한테 줄 게 있어”
하시며 울기 시작하십니다.
“어어엉 그 애 주려고 낮에 중앙 시장 가서 사 왔단 말이야, 어어엉”
무엇을 사 오셨냐고 여쭤 보지 않았습니다.
도도희가 누군지 또 뭘 주시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말씀만 계속 되풀이하십니다.
가만히 토닥토닥해 드리며 손잡아 드리고 웃는 얼굴로 “알겠습니다. 도도히 찾으러 갔다 올게요.” 하고 방을 나옵니다.
매일 저녁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수선화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매일 다르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돈이야기 하셨다면, 다음날은 주식이야기, 남편이야기, 자식이야기 등등 매일매일 레퍼토리가 바뀝니다.
공통된 점은 오직 화내시고 그 화풀이의 대상은 우리 요양보호사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그냥 웃기만 하는 이유는 수선화님의 증세를 우리 또한 어찌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